SOC 21조 투입 … 건설로 ‘MB노믹스’ 돌파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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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때보다 ‘성장’에 치중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예산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춰 ‘작은 정부’를 지향했다. 내년 예산 증가율(총지출 기준)은 6.5%에 그쳐 올해(7.9%)보다 낮다.

성장 쪽에 치중한 대표적 사례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크게 늘린 점이다. 올해보다 7.9%나 늘렸다. 노무현 정부가 짠 2004~2008년 예산안에서 SOC 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2.5%에 그쳤다.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R&D) 예산도 10% 이상 늘려 성장 능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그렇다고 분배 쪽 예산을 줄인 것은 아니다. 복지 예산을 지난해보다 9% 늘렸다. 2008년(10% 증가)과 별 차이가 없다. 전체 예산 지출 증가율을 웃돈다. 법인세를 내리고 종합부동산세도 완화하는 마당에 저소득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복지 예산을 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대신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공무원 정원과 봉급을 동결하는 등 일반 공공행정 분야의 예산 증가율을 3.5%로 최소화했다.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는 “R&D 예산이나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늘려 성장 능력을 갖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내년에 호남고속철도, 인천 지하철 2호선 같은 굵직한 공사들이 첫 삽을 뜬다. 건설은 국내총생산(GDP)의 15%, 고용의 8%를 차지한다. 이런 건설 분야에 집중 투자해 미분양 등으로 가라앉은 건설 경기를 일으키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다.

복지 예산은 앞으로 낭비를 줄이고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기로 했다. 재정부 이용걸 세제실장은 “복지 지출이 새는 것을 막아 필요한 계층에게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0년까지 공공과 민간이 누구에게 얼마를 지원하는지의 내용이 세세히 담긴 ‘사회복지통합전산망’을 만들 예정이다.


내년 남북협력기금에서 대북 식량·비료 지원액은 대폭 늘고, 남북 경협 사업비는 크게 줄어든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계속 하되 남북 경협 사업은 타당성과 국민 여론을 꼼꼼히 따져 하겠다는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른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올해 4769억원에서 내년 8089억원으로 70%가량 증액됐다. 쌀 40만t(4264억원), 비료 30만t(2917억원) 지원이 대부분이다. 반면 남북 경협 사업비는 6101억원에서 3006억원으로 절반이 깎였다. 한 소식통은 “올해 기금에 반영됐던 10·4 정상선언 후속 사업비 등이 삭감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법 질서를 바로 세우는 데 필요한 예산이 21.6%나 늘어난 것도 특징이다. 시위 진압 장비를 개선하는 등 불법 시위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내년 총수입은 274조2000억원으로 올해보다 7.6% 늘려 잡았다. 이용걸 실장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4.7% 예상)보다 높은 4.8~5.2%로 전망돼 세수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세 효과가 나타나 국내 경기가 살아나고, 유가 같은 외부 여건도 안정되면서 성장률이 회복돼 세금이 잘 걷힐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부 전망은 장밋빛이라는 지적이 있다. 내년 성장률을 최고 5.2%로 예상하고, 2012년에는 성장률이 7%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표적이다. 국내 경제연구기관들은 내년 성장률을 잘해야 4%대 초반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조병엽 박사는 “정부가 내년에 이루기 힘든 성장 전망치를 바탕으로 예산안을 만든 것 같다”며 “재정에서 큰 폭 적자를 내지 않으려면 당장 내년부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혁주·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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