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집에 가지 마” 황새가 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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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황새’가 뿔났다. 요즈음 부산 강서체육공원에 있는 부산 아이파크 클럽하우스에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너무 순해서 감독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걱정까지 들었던 황선홍(40·사진) 감독이 무섭게 선수들을 다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기 14경기 무승(4무10패)의 부진에 빠졌던 부산은 올림픽 휴식기를 보낸 뒤 한결 나아진 경기력을 뽐냈다. 그러나 뒷심 부족이라는 고질은 고쳐지지 않았다. 8월 31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종료 직전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 이겼던 경기를 비겼다. 9월 6일 FC 서울전에서는 2-0으로 앞서다가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다. 실수는 되풀이됐다. 28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도 부산은 2-0으로 앞서다가 2골을 내주며 무승부에 그쳤다.

“축구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너그러운 표정을 짓던 황 감독의 인내도 바닥을 드러냈다. 인천전이 끝난 뒤에는 “실망스러운 경기였다”고 질타하며 클럽하우스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합숙을 지시했다. 장기 휴식기를 활용해 합숙훈련을 한 적은 있지만 경기 결과에 따라 징벌적 의미가 담긴 합숙을 지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들이 불만을 가질 법도 하지만 감독을 향한 신뢰는 이상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다. 스트라이커 정성훈은 “불만은 없다. 우리 팀이 점점 좋아지고 있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 1일 전남 드래곤즈와 삼성하우젠컵 6강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정규리그 6강이 사실상 좌절됐고, FA컵 8강에 오르지 못한 부산으로서는 이번 시즌에 기대할 수 있는 마지막 우승컵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은 첫 골을 터뜨린 뒤 히딩크 감독이 아니라 박항서 코치를 껴안았다. 바로 그 부산월드컵경기장에서 황 감독은 적장으로 박 감독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전남은 황 감독이 코치로 일했던 친정 구단이기도 하다.

6강 플레이오프 또 다른 경기는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성남 일화와 포항 스틸러스의 맞대결이다. 성남은 K-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포항에는 최근 5연패를 당하고 있다.

이해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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