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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팔자니 너무 손해 놔두자니 더 떨어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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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오전 9시=“분위기 살벌하다. 완전히 자포자기 상태다.”

#오후 1시=“매수 주문이 늘고 있다. 한숨 돌렸다.”

9월 30일 증권사 객장 직원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미국 구제금융법안 부결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72.39포인트(4.97%) 추락한 1383.97로 시작하자 객장은 얼어붙는 듯한 분위기였다. 회사원 홍민기(36)씨는 자신이 갖고 있는 STX조선의 주가가 10% 가깝게 빠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지금 팔자니 손해가 너무 심하고, 그냥 놔두자니 더 떨어질까 걱정된다”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체적으론 팔고 보자는 쪽이 좀 더 많았다. 대신증권 서울 청담지점 박환기 부지점장은 “나중에 다시 사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팔아달라는 주문이 평소보다 10~20%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전 장 중반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사자 주문이 들어오면서 코스피는 빠르게 낙폭을 줄여갔다. 박 부지점장은 “지수가 1400선을 회복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사자 주문이 조금씩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 서울 강남대로WMC 민혜성 차장은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구제금융을 할 수밖에 없을 거란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며 “단기 차익을 노린 투자가 많았다”고 전했다. 회사원 홍씨가 보유한 STX조선은 오히려 전날보다 2.98% 올랐다.

이날 연기금·증권사 등 기관투자가는 정규장 기준으로 1275억원어치를 샀다. 개인은 주가가 전날 수준에 다가서자 다시 매물을 내놓으며 775억원을 팔긴 했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졌던 지난달 16일(2603억원 순매도)에 비하면 액수가 3분의 1이 채 안 됐다. NH투자증권 임정석 투자전략팀장은 “리먼 파산 신청 때 다음날 증시가 바로 반등하는 걸 봤던 개인투자자가 이번엔 비교적 신중하게 대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한화증권 갤러리아PB지점 이기태 지점장은 “일부 투자 경험이 많은 고객은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공격적 투자를 자제하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SK증권 관계자는 “하락장을 별로 경험하지 못한 초보 투자자나 펀드 가입자의 불안감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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