곪아터진 비리 도덕성 치명타-서울 교육위원 무더기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 6일 실시된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거액의 금품수수.매표행위가 이뤄진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져 교육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유인종(劉仁鍾)교육위원이 새 교육감으로 당선된 이번 선거를 둘러싸고 한달 이상 교육계에서는 금품살포설과 후보매수설.비방.
흑색선전이 난무해 이같은 사태가 어느 정도 예견돼 왔었다.
특히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된 진인권(陳仁權)위원을 둘러싸고 진작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돌려줬다는 교육위원의 양심선언이 나오는등 추문이 꾸준히 나돌았다.
그럼에도 교육위원들이 무더기로 금품을 받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수도 서울의 교육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서울시교육위원회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26일 취임한劉교육감도 당분간 입지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 등 파장이 확대될전망이다.교육감 선거의 혼탁 양상은 구조적인 문제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후보등록 절차 없이 무기명 비밀투표로 교육감을 뽑는 「교황 선출방식」을 따르다 보니 물밑거래로 금품이 오갈 가능성을 얼마든지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선출권을 가진 교육위원의 수가 서울의 경우 25명에 불과해 과반수에 해당하는 13명만 끌어 들이면 되므로 돈을 쓰고라도 당선돼 보겠다는 유혹을 받을 공산이 크다.
결국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곪아온 환부가 터진 것으로 볼 수있다.최근 교육개혁위원회가 교육감 선출제도를 후보등록제로 바꾸고 교육위원이 교육감 후보로 등록하고자 할 경우에는 교육위원을사퇴하도록 교육자치법 개선안을 마련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교육위원 정원의 5분의1에 유고가 생김에 따라교육위원회의 기능이 상당기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이들은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신분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결국 위원직 상실 가능성이 높으며 그 이후 보궐선거를 통해 새 교육위원을 선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교육위원의 경우 교육위원회의 징계의결로 제명되거나 형사사건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교육위원 신분을 상실하도록 돼 있다.
이번 사건이 신임 교육감을 선출한 선거 결과에 대해 영향을 줄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나 劉교육감은 혼탁 선거과정을 거쳐 선출됐다는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돼 원활한 서울 교육행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