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공부] “너라면 어떻게 할래?” 부모 질문이 창의성 키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엉뚱한 말과 행동을 하는 우리 아이, 창의성이 뛰어난 걸까’ ‘창의적인 아이가 학습능력이 뛰어나고 사회에서 성공한다는데…’. 자녀의 창의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가 많다. 서울시는 지난달 26~27일 미국·덴마크·러시아·프랑스·홍콩·한국의 창의성 전문가 2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08 서울 청소년 창의성 국제 심포지엄’을 열었다. 내년에 개최되는 제1회 청소년 창의서밋을 앞두고 마련된 행사다. 홍콩 창의력학교의 메이 펑 창의교육 감독과 유웨이 웡 창의매니저, ‘교사들의 스승’으로 불리는 미국의 테리 체시 CCR재단 상임이사, ‘북유럽의 하버드’로 불리는 덴마크 카오스필로츠학교 크리스터 리젤리우스 교장, 양희규 간디학교 교장을 지난달 26일 오후 7시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에서 만나 ‘자녀의 창의력 계발법’을 물었다.

홍콩 창의력학교 ‘프로젝트 주간’운영 펑은 “홍콩 학교들은 디자인 수업, 영화 제작, 환경행사 참가 등 창의력 증진 프로그램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한다”고 말했다. 창의성은 경험을 통해 길러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펑은 “학생들은 정해진 날짜에 농가를 방문해 농사일을 경험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홍콩 창의력학교에서는 ‘프로젝트 주간(Project Week)’을 따로 운영한다. 학생들이 낸 과제에 대해 교사들이 조언하고 학생들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또 학습·경력 개발 등을 조언해 줄 멘토와 연결시켜 준다.

웡은 “창의력은 단기간에 높아지지 않기 때문에 부모가 조급해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필고사 없는 간디학교 간디학교는 지필고사를 치르지 않는다. 성적 등수나 점수도 매기지 않는다. 수업은 프레젠테이션과 실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 교장은 “학생들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정해 자유롭게 연구하고 발표한다” 고 말했다. 리젤리우스도 “학교에서 단순히 학생들에게 ABCDE(수우미양가)를 매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스웨덴·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학교들은 자유로움 속에서 창의성을 끌어낸다. 예컨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억지로 잡아두지 않고 자유롭게 내버려둔다” (리젤리우스)는 것이다.

체시는 “나라별 창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적 차이에 따라 교육 커리큘럼이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A나라에 s라는 창의 교육 방식이 우수하다고 해서 B나라까지 s식을 고수해 억지로 끼워맞춰선 안 된다는 얘기다.

이들은 “가정마다 독특한 창의 계발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녀가 책을 읽을 때 저자의 의도를 묻고, 자녀가 주인공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부모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만으로도 창의성을 길러줄 수 있다는 것이다.

IQ처럼 창의성도 개인별로 달라 리젤리우스는 “사람마다 아이큐가 다르듯 창의성도 개개인마다 다르다”며 “개인이 이를 어떻게 계발하느냐에 따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 자아의 발견(self-discovery)이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덧붙였다.

간디학교의 학습 목표는 ‘자신이 누군지 아는 것’이다. 양 교장은 “학교 이슈에 대해 학생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생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 학생들은 학교 커리큘럼도 직접 제안할 수 있다. 양 교장은 “가정에서 자녀의 창의성을 계발하고 싶다면 우선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끔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정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