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별 검찰.변호인 주장과 판결-全.盧씨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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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떤 사건보다 다툼이 많았던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 사건에 대한 1심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그러나 피고인측은 판결에 불복,항소할 방침이어서 12.12및 5.18사건과비자금사건을 놓고 「제2라운드」법정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주요쟁점과 재판부의 판단을 정리해 본다.
◇12.12사건 사전모의 ▶검찰 주장=12.12는 신군부의 치밀한 모의에 의한 「쿠데타」다.盧씨는 10.26직후 박정희(朴正熙)대통령 빈소에 문상간다는 이유로 외출을 나와 全씨와 회동,거사를 계획했다.
전두환.노태우.유학성(兪學聖).이희성(李熺性).김윤호(金潤浩).차규헌(車圭憲)씨등이 12.12가 성공하자마자 군인사를 논의하는 「6인 위원회」를 구성,군권을 완전히 장악한 것도 계획된 쿠데타임을 입증하는 중요한 증거다.
▶변호인 주장=12.12는 10.26사건의 수사책임을 맡은 합수부가 정승화(鄭昇和)총장을 정당하게 연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충돌이다.특히 鄭총장이 10.26 내란사건 방조죄로이미 유죄판결을 받았었기 때문에 반란수괴혐의등을 적용한 검찰의공소사실은 판결에 의해 확정된 鄭총장의 혐의사실을 부인하는 모순을 낳는다.경복궁 모임도 鄭총장 연행에 대해 자문을 묻기 위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자리지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한 성격은 아니다. ▶법원 판단=全피고인이 직속상관인 계엄사령관을 체포.
구속하면서 당연히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하는데도 사전재가는 물론 구속영장도 없이 연행한 것은 불법이다.또 윤성민(尹誠敏)육군참모차장으로부터 鄭총장의 석방과 원상회복을 요청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성민차장이 병력을 동원하기 전인12월12일 오후9시30분 이전에 20사단에 병력을 요청하는등대통령의 사전 승인없이 병력출동을 시작한 것은 육본측의 병력동원에 대한 정당방위가 아닌 반란행위로 볼 수 있다.
◇崔대통령 재가 강압성 ▶검찰 주장=정승화총장의 연행시 최규하(崔圭夏)대통령의 사전재가를 받지 않은 점이 하극상적 쿠데타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全씨가 12.12 당일 오후6시20분쯤 崔대통령에게 鄭총장 연행 재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지만 오후10시부 터 총리공관을 포위하는등 강압을 행사해 강제로 재가를 받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인 주장=당시 합수부는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의 사전승인이 필요하지 않았고 군법등에도 사전결재의무를 규정한 법적근거가 없다.또 합수부가 군 병력을 출동시킨 것은 국방장관의 소재불명등의 사유로 군의 지휘체계가 붕괴돼 지휘공백 상태가 초래된 상황에서 정승화총장 계열 군부가 불법적으로 병력을 동원한데 따른 대응이라고 봐야한다.
▶법원 판단=崔대통령의 재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권위를 도전받고 파괴된 상태에서 이루어진 승낙으로 사후재가를 받았다고 해서 피고인들의 위법상태가 정당화 될 수 없다.
◇국보위설치와 내란죄 ▶검찰 주장=全씨가 비상계엄 전국확대.
국보위설치등을 내용으로 하는 시국수습방안 작성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미뤄 내란죄가 틀림없다.시국수습방안이 비상계엄조치를 통해 당시 학생과 야당세력들의 저항을 꺾고 군이 전면에 나서 정권을 장악하려는 全씨의 의도를 증명하는 것으로 내란행위를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변호인 주장=5.17전국비상계엄 확대조치와 국보위 설치는 최규하대통령 정부에 의해 행해진 적법하고 정당한 법집행이다.만약 검찰 주장대로 국민투표를 거친 제5공화국 헌법개정을 내란행위의 일환이라고 본다면 대한민국 국민전체는 내란의 공범자가 된다. ▶법원 판단=5.17 비상계엄조치는 국헌의 문란을 목적으로 선포.유지됐다.계엄령은 얼마든지 국민들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요소로 말미암아 그 선포행위는 물론 유지행위도 내란죄에 해당된다.
◇「자위권」발동 주도 ▶검찰 주장=80년 5월21일 열린 계엄사대책회의에서 이희성계엄사령관이 정도영(鄭棹永)보안사보안처장으로부터 문건을 건네받고 자위권 발동 결정을 내린 점으로 보아당시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씨를 실질적인 발포 명령권자로 봐야한다.이희 성씨도 7차공판에서 『검찰에서 정도영처장으로부터 문제의 문건을 받았다고 진술한 적이 있다.보안사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며 全씨의 개입을 사실상 인정했다.
▶변호인 주장=5월19일 밤부터 일부 시위대가 무기고에서 총기를 탈취하는등 상황이 악화되자 현지지휘관들이 진종채(陳鍾埰)2군사령관에게 건의,다음날 陳사령관이 계엄사에 정식 요청해 이뤄진 것이라고 봐야한다.全씨도 『당시 계엄사 대책 회의에 참석하라고 연락이 왔으나 다른 행사에 참석하느라 가지 않았다』며 『뭘 논의하는지도 모르면서 나 대신 참석한 鄭보안처장이 문건을건네줬겠느냐』고 혐의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는가.
▶법원 판단=광주시위진압과 관련한 모든 계엄포고령은 합수부에서 작성해 이희성 계엄사령관은 이를 그대로 시행한 사실이 인정된다. 5월21일 열린 자위권 발동 결정도 정도영보안사정보처장의 독자적 판단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결정한 실질적인 책임자는 全피고인이라 할 수 있다.
◇비자금의 뇌물성 ▶검찰 주장=全.盧씨가 조성한 거액의 비자금은 대통령의 직위를 이용,대기업에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받은 뇌물이다.자금수수의 실질적 이유,정황,수수자금의 관리와 사용처,공여자의 자금조성 경위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뇌물이 분 명하다.
▶변호인 주장=국정전반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개별기업 경영에 대해 구체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는데다 개별기업에 특혜를 주고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와 관련돼 받은 뇌물이 아니다.이돈은 불우이웃돕기등 각종 성금과 총선.대선을 대비한 정치자금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동안 어느정도 묵인해온 정치자금 수수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자금으로 봐야한다.
▶법원 판단=다른 경쟁기업 보다 우대하거나 최소한 불이익이 없도록 선처해 달라는 취지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뇌물임이 명백하다.또 대통령은 기업경영과 관련해 포괄적이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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