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일확천금의 끝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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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복권 1등에 당첨돼 당첨금 19억원을 받았던 20대가 돈을 모두 탕진한 뒤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29일 금은방 등지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황모(28·마산시 석전동)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김모(26·마산시)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황씨는 4월 중순께 소년원에서 알게 된 김씨와 함께 거제 시내 금은방에서 주인이 한눈을 파는 사이 금목걸이 2개 150만원어치를 훔치는 등 7월까지 18차례에 걸쳐 500만원의 금품을 훔쳤다는 것이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황씨가 2005년 7월 우연히 구입한 로또복권이 1등에 당첨되는 대박을 터뜨렸던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1등 당첨금은 무려 19억원. 세금을 떼고 손에 쥔 돈은 13억9000만원이었다. 로또에 당첨되기 석 달 전 마산의 한 PC방에 들어가 종업원(19)을 마구 때린 뒤 20만원을 훔치고 달아난 혐의로 수배 중일 때였다.

경찰에 따르면 마산의 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살던 황씨는 당첨 직전 자수를 결심했다. 그러나 로또 당첨 이후 마음을 바꿨다. 자수를 미루고 거액의 당첨금을 쓰면서 도피 생활을 계속하기로 했다. ‘돈벼락’을 맞은 황씨는 도박비와 유흥비로 흥청망청 써댔다. 1억3000만원을 주고 BMW 530 승용차를 구입하고, 고급 술집을 돌아다녔다. 사설 도박판에서 속칭 ‘포커’ 도박에 빠져 4억원을 날렸고, 아는 여자들에게 수백만원씩 뿌리기도 했다고 한다.

1억2000만원으로 PC방을 인수하고, 형에게 1억5000만원짜리 PC방을 사줬으나 모두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아버지 집을 구입하는 데 3억원, 개인택시 면허와 차량 구입비로 2억원을 사용했다. 그러다 황씨는 2006년 3월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황씨는 “변호사비로 6000만원을 사용해 강도 혐의를 공갈로 바꿔 벌금 700만원을 선고받고 그해 11월 풀려났다”고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당첨된 지 8개월 만에 돈은 거의 탕진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황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있어 정확한 사용처는 더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해 4월 대구지검에서 사기 혐의로 또 구속 기소됐다 올 4월 만기 출소했다. 하지만 돈을 물 쓰듯 했던 ‘로또 1등의 추억’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추억을 재현하기 위해 출소 뒤 복권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결국 황씨는 소년원에서 알게 된 김씨와 ‘네다바이’(교묘하게 남을 속여 금품을 빼앗는 짓) 수법으로 금품을 털다 철창 신세를 지게 됐다. 93년 6월 절도 혐의로 소년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전과 25범으로 교도소에서 7년을 보냈다. 소년원에선 검정고시로 고졸 과정을 마치기도 했다. 황씨는 “그토록 원하던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뒤 이렇게 인생을 살 줄 몰랐다. 도박 때문에 큰 돈을 날렸고 생활비가 없어 이렇게 됐다”고 후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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