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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겐하임미술관 걸작전 감상-모딜리아니作"어느학생의 초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뾰족한 턱에 긴 목을 빳빳이 세우고 공허한 시선을 관람객을향해 던지고 있는 한 사람.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야릇한 분위기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호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구겐하임미술관 걸작전 지상감상 세번째는 바로 해질녘 그림자같이 길쭉하게 늘어진 형상으로 유명한이탈리아 출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의 『어느학생의 초상』.
모딜리아니는 그가 항상 바라던대로 「짧지만 강렬한 인생」을 살다 36세에 세상을 떠났다.술.마약과 함께 한 방탕한 생활로요절한 다음날 연인 잔 에뷔테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등 그의 일생은 작품만큼이나 극적이었다.
모딜리아니가 본격적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것은 파리 몽마르트르에 정착한 1906년 이후.플로렌스와 베네치아에서 공부한 것을 바탕으로 야수파와 표현주의가 정점에 달한 파리의 환경에 적응해갔다.
이 시기의 많은 화가들처럼 모딜리아니도 고갱과 세잔의 영향을받았지만 이와 함께 인체를 길게 늘어뜨리는 이탈리아 매너리즘의흔적도 보인다.
이번에 전시된 『어느 학생의 초상』도 초상화를 즐겨 그리던 그의 후기작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그의 모든 초상화는 길쭉한 얼굴로 양식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모델 개개인의 개성을 놓치지않고 정교하고 세련된 선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또 1909년 콘스탄틴 브란쿠시를 만난 이후 조각가가 되려고했을만큼 몰두했던 분야인 조각의 측면에서 인체를 묘사한 특성도보인다. 이 작품의 모델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미스터리한 얼굴을 갖고 있다.갸날픈 윤곽과 작은 입이 언뜻 보면 여자인듯 보이지만 평론가들은 미소년의 얼굴 특성을 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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