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拔本塞源-폐단을 근본적으로 제거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중국에서 천자(天子)와 제후(諸侯)는 엄격한 주종(主從)의 관계였다.그래서 천자로부터 땅을 하사받은 제후는 자국을 다스리면서 천자를 받들고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었다.이같은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매년 일정한 때에 정중한 의식절차를 가졌다. 그러다 천자의 권위가 떨어지고 제후국이 강성해지면서 천자를 업신여기는가 하면 서로 싸우고 천자의 지위를 넘보는 현상까지 나타나게 되었는데 이때가 춘추전국(春秋戰國)시대다.
기원전 533년 춘추시대(春秋時代)때의 일이다.주(周)나라와진(晋)나라가 손바닥만한 땅을 가지고 다투었다.이 사이에 진나라가 병력을 동원해 주나라를 치자 경왕(景王)이 신하를 보내 점잖게 꾸짖었다.
『지금 우리와 그대는 임금과 백성의 관계로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의복과 모자,나무의 뿌리와 물의 샘과 같다고 하겠소.그럼에도 갓을 찢어버린다거나 관을 부수고 나무의 뿌리를 뽑아내며(拔本) 샘물의 원천(源泉)을 틀어막아 버린다면(塞 源) 이는 근본을 송두리째 허무는 행위로 비록 오랑캐라도 우리를 섬기겠소?』 이 말을 들은 진의 대부(大夫) 한선자(韓宣子)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땅을 되돌려주어 양국의 관계가 회복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본디 拔本塞源이라면 「근본을 망치는 행위」였는데 지금은 폐단(弊端)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除去)하는 것」을 뜻한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