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춰라,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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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 SIDance 2008
10월 10일(금)~30일(목)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자유소극장, 호암아트홀
문의 02-3216-1185

예순여섯 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무용수라면, 어느 시구를 따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Dance like no one’s watching/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한 시대를 풍미하고 은퇴했다 돌아온 은발의 댄서는 여전히 넘치는 열정을 과시한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그는 날 선 감수성을 딛고 날아오른다.

에곤 마젠(66). 1961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 들어가 전설적인 기량을 과시하며 무명의 슈투트가르트를 전 세계 발레 팬에게 각인시켰던 무용수다. 40세인 81년 댄서로는 은퇴하고,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부단장, 네덜란드댄스시어터Ⅲ의 예술감독 등을 맡았다. 2006년 절친한 안무가 지리 킬리안의 요청으로 무대에 복귀했고, 현재까지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마젠은 10월 10일부터 열리는 제11회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에 코믹 발레 ‘돈 큐(Don Q)’를 들고 참가한다. 독일의 저명한 안무가 크리스티안 슈푹이 마젠과 다재다능한 무용수 에릭 고티에에게 헌정한 작품이다.

‘돈 큐’는 세르반테스의 고전 ‘돈키호테’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풍자 무용극이다. 과거의 환상을 좇는 늙은 남자와 그의 젊은 친구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다. 판타지 속에서 그들은 영웅이고 완벽한 연인이지만 그래 봤자 그것은 몽상이요, 허영이다.

그래도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그것이 현실 속 우리 모습이라서다. 크리스티안 슈푹은 여기에 루드비히 밍쿠스의 음악과 슈베르트의 가곡, 디스코, 슈니트케의 왈츠를 섞어 열광적 무대를 만들어 냈다. 공연은 단 한 차례 10월 13일 오후 8시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다.

올 SIDance엔 총 16개국 39개 단체(외국 17, 한국 22개)가 21일간 한바탕 춤판을 벌인다. 무용 공연을 낯설어하는 관객을 위해 지난해부터 시도된 ‘춤추는 도시’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찾아온다. 정형화된 무대가 아니라 공원·백화점·공항청사 등 일상의 공간에서 친숙한 무용을 펼치는 것이다. 힙합의 무대 수용도 훨씬 세련되어져 대중과 호흡하는 현대무용을 선보인다.

SIDance 외에도 서울의 10월은 70여 개의 축제로 물든다. 자치구별 축제를 망라하는 하이서울페스티벌 2008 가을축제(10월 11~25일, 서울광장·청계광장 등)를 필두로 서울드럼페스티벌(3~5일, 서울숲), 청계천예술축제(3~5일, 청계광장~세운교), 아시아무대예술제(6~9일, 세종문화회관), 서울아트마켓(7~10일, 세종문화회관 등) 등이 경쟁하듯 열린다. 서울시는 서울광장과 대학로 서울연극센터에 ‘축제정보센터’를 열어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 축제를 안내할 예정이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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