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 NGO] 한방해외봉사단 15명 활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 지난달 19일 필리핀 카비테 한국.필리핀 친선병원에 마련된 무료 한방진료소에서 현지 주민들이 진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 19일 필리핀 루손섬 남부에 위치한 항구 도시 카비테. 한국-필리핀 친선병원 1층 로비는 새벽부터 수백명의 환자로 문전성시였다.

이곳은 2002년 한국국제협력단이 380만달러를 투자해 지어준 병원이다. 하지만 빈부 격차가 극심한 이 지역의 저소득층 대부분은 병원 문턱을 넘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이날은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KOMSTA.단장 김호순) 소속 한의사 15명이 사랑의 인술을 펼친 날. 무료 진료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위해 '허준의 후예'들이 자비로 이곳까지 날아왔다. 보건복지부의 후원으로 마련한 침.부황 등 각종 의료도구와 한약재도 대형 박스 25개에 나눠 싣고 왔다.

해외 한방봉사에 처음 참여한 송현주(35.여.경남 마산시 송한의원)원장은 "어린 자녀를 핑계로 봉사활동을 미뤄왔는데 더 이상 망설일 수 없다는 생각에 참가했다"며 "필리핀은 6.25 참전국가라 보은의 의미도 크다"고 말했다.

병원을 찾은 대부분의 환자는 고혈압.당뇨.요통 등 만성질환자. 수질이 나빠서 신장 질환 환자도 많았다.

발이 아파 제대로 걷지 못하는 네오니다 세네레스(66)할머니는 이날 침을 맞은 뒤 "한결 통증이 가셨다"며 고마워했다. 환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놀란 이 병원 세실리아 프랜시스코 원장은 "한의사들이 상설 진료를 할 수는 없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틀 동안 카비테에서 15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 봉사단원은 21~22일에는 교민 밀집거주지역인 마카티로 옮겨 무료 진료를 계속했다. 고국을 떠나 살며 한방 진료를 받을 기회가 없었던 교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서다.

10여년 동안 선교사 활동을 해온 김복지(65.여)씨는 "혈압이 높아 늘 머리가 아팠는데 침을 맞은 뒤 개운해졌다"고 기뻐했다.

류호균(42.서울 세명한의원 원장)파견단장은 "이런 해외봉사가 한의학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OMSTA란=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방 의료활동을 펼치는 봉사단체. 1993년 몇몇 한의사들이 네팔에서 의료봉사를 벌인 것이 시초였다. 현재 600여명의 한의사가 소속돼 있다. 그동안 네팔.터키.캄보디아 등 24개국에서 53차례 해외봉사활동을 벌였다.

카비테.마카티=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