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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안 타는 영화산업 … 지금 좋은 작품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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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불황이라고 할 때가 영화 산업에 있어선 오히려 기회다.”

26일 한국을 찾은 미국 파라마운트 수석 부사장 지니 한(사진)씨는 “영화는 원래 경기를 타지 않는 산업”이라며 “모두가 힘들다고 하는 요즘 오히려 영화 제작자들은 좋은 작품 만들기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씨는 카이스트(KAIST) 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 주최로 열린 ‘정보미디어 글로벌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대학 초빙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날 강연에서 “9·11 사태로 미국 경기가 침체됐을 때도 영화 산업은 오히려 성장했다”라며 “이는 사람들이 돈이 많이 드는 레저 활동을 줄이는 대신 영화관으로 발걸음을 돌렸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한씨는 드림웍스와 파라마운트에서 7년여 동안 부사장을 지낸 미국 영화계의 ‘거물’이다. 그러나 그가 원래 영화계가 아니라 강단을 꿈꿨다. 9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떠난 그는 USC(남가주대)에서 비즈니스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의 일환으로 같은 대학 MBA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던 중 진로를 수정했다. 2001년 캠퍼스를 나와 경영 컨설팅기업 KPMG에 들어갔다. 현장 경험을 쌓은 뒤 강단에 서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였다. 그곳에서 처음 맡은 클라이언트가 바로 드림웍스다. 6개월간 일하다 드림웍스 경영진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다. “계속 고액의 컨설팅비를 지급하느니 아예 스카우트해서 일을 시키는 게 낫겠다”라는 이야기였다. 젊은 나이의 아시아계 여성이 이례적으로 세계적인 영화사의 부사장이 된 것이다.

각오는 했지만, 할리우드의 일이란 게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눈을 씻고 살펴봐도 자신만큼 ‘가방 끈 긴’ 사람도 없는 것 같았다. 촬영 보조, 우편실 업무 등 바닥에서 시작해 올라 온 사람이 대부분이라 처음엔 이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한 성격’ 하는 연예인들도 많았다.

“저만의 스타일로 부딪쳤죠. 친절하면서도 공손하게 부하 직원들을 대하되 일처리는 항상 공정하게. 혹시 ‘Ph.D(박사)시냐’라고 빈정대는 이가 있으면 ‘사실은 Pizza Hut Delivery(피자헛 배달부)였다는 농담으로 받아넘기면서요.” 그 덕에 2005년 회사가 파라마운트에 인수됐지만 능력을 인정받아 오히려 시니어 부사장으로 승진, 본사에 합류했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2, 3주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맞춰 정신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어느새 한 해가 뚝딱 지나가 있더군요. 영화마다 장르·성격·타깃관객이 다르고, 그에 따라 제작·마케팅 전략도 바뀌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일을 하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게 이 직업의 매력이죠.”

그는 최근 침체기를 겪고 있는 한국 영화계에 “가장 먼저 금융권이 신뢰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영화인 스스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제작자가 투자금의 사용처, 현재 작업 진행도 등을 정기적으로 투명하게 보여 줘야 더 많은 자금이 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의 수명이 너무 짧은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보통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한 편의 수명을 10년으로 본다. 개봉 후 DVD 판매, 케이블TV 방영, 캐릭터 상품 판매 등 각종 수익을 거둬 들일 수 있는 기간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 그는 “이에 비해 한국에선 개봉 후 2주 안에 흥행이 안 되면 영화관 간판을 내리고 그걸로 수명이 끝”이라며 “좀 더 긴 호흡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개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글=김필규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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