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가요-마이클 잭슨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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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50개가 넘는 시민단체들이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반대했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다.한갓 마이클 잭슨 같은 가수의 공연쯤에 관심을 쏟는 단체가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다니.
사실 마이클 잭슨은 벌써 한물 간 가수다.물론 요즘까지 히트곡을 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앨범 『스릴러』가 발매된 82년에서 84년까지는 그의 인기가 최정상에 있을 때니까 벌써 정상에서 물러난지 10년이 넘는 가수다.더군다나 최근 에 낸 새 앨범은 판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까지 하다.
그런 퇴물가수의 공연을 50개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어린이 성추행의 의심을 받고 있는 그가 청소년의 성도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공연을 허가해선 안된다는 것,32억원이나 되는 돈을 마이클잭슨한테 줌으로써 소비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등이다.
물론 이해되는 얘기들이다.특히 「미국의 압력」이란 부분은 나역시 울화가 치미는 부분이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공연 허가를내주지 말아달라고 말할 수 있나.공연을 반대할 수는 있다.여러가지 방식으로 그 해악을 홍보하고 흥행업자에게 는 공연 포기를권고하고,청소년들에게 보러가지 말라는 식으로 불매운동을 전개하고,심하게는 공연 당일 공연장 앞에서 대규모 공연반대 시위를 할 수도 있다.그건 그렇게 하는 사람의 자유다.그러나 그렇다고해서 공연을 막을 수는 없다.그 렇게 공연을 반대하는 사람의 자유가 존재하는 방식과 똑같이 공연하려는 사람의 자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설사 마이클 잭슨이 살인범이거나 극악무도한 흉악범이라 하더라도 그의 공연을 물리적으로 막을 자유를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가 현행범이라면 공연을 못하고 유치장에 끌려갈 것이다.그러나 유치장 속에서 그가 그 유명한 「문워크」를 하면서 『빌리진』을 부른다면 아무도 말릴 수 없다.이런 식으로 따지면 누구는 동성연애자라서 공연을 못하고,누구는 무슨 추문 때문에 공연을 못하고,누구는 또 뭣 때문에 공연을 못할 것이다.50개 시민단체가 무서워 어디 공연하겠는가.
기존의 도덕적 관념과는 전혀 다른 도덕관을 가진 사람들의 공연도 그 수많은 시민의 눈.귀.양심 때문에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결국 감각의 획일화만 낳을 뿐이다.그렇게 되면 그 획일화된감각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찍어내는 똑같은 모양 의 문화만 남는다.그 사람들만 장삿속을 챙길 것이고,사람들의 상상력은? 성기완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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