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뮤지컬 "고래사냥" 화류계여자役 송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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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송채환(28)은 요즘 힘들고 괴롭다.직업이 탤런트니 드라마 많이 출연해 바쁘고,그래서 힘들다는 그런 상투적 얘기는 아니다.뮤지컬 때문이다.24일 개막될 환퍼포먼스(대표 송승환)의 창작뮤지컬 『고래사냥』에서 그는 실어증 걸린 화류계 여자 「춘자」가 된다.
『뮤지컬은 처음이에요.무대에 대한 감도 잘 안오고 밤잠 못이루는 날도 많아요.』 연극은 물론 처음이 아니다.지난해엔 『서툰 사람들』로 국내 최고 권위의 서울연극제에서 여자연기상을 받았다.『파우스트』로 「연기 잘한다」는 칭찬을 자자하게 들은 것도 불과 몇개월 전이다.서울예전 연극과에 입학,졸업한 것 또한원래 연극에 대한 그의 남다른 열정이 시킨 일이다.국악예고에서한국무용을 했으니 춤도 웬만큼은 한다.호소력 강한 목소리의 노래도 수준급이란게 주위의 평이다.뮤지컬 배우론 춤.노래.연기 3박자를 갖췄으면 그만 아닌가.그런데도 이 놈의 「춘 자」는 애물단지다.
대사도 없고 노래도 한곡밖에는 부르지 않는다.브라운관처럼 표정연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큰 무대에선 자칫 존재자체가 흐려질지도 모른다.그렇다고 안보이고 말면 그만인 그런 역도 아니다.아니 오히려 가장 중요한 역이다.유일한 여주인 공으로 이 작품에서 애잔한 감동과 슬픔을 전달해줘야 하는 역이다.한마디로극의 중심을 잡고 다른 모든 배우가 띄워놓은 격앙된 객석 분위기를 일시에 숙연하게 이끌 수 있어야 하는 역이다.
『코미디에 출연해 진짜 눈물연기를 해야하는 격이랄까요.「부조화의 조화」란게 연출선생님 주문이지만 너무 어려워요.』 무선 마이크를 달고 라이브로 치러지는 대형무대.처음 서는 연기자는 주눅들게 마련이지만 이미 만능연기자군에 합류한 송채환의 고민은다른 곳에 있었다.그건 자기역을 멋지게 해내고 싶은 연기자 본연의 욕심에서 비롯됐다.「폭염속에서 두달 간 흘린 땀방울 만큼만 무대에서 보여지면 된다.어설픈 가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무대니까.문제는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고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가일 뿐이다.」 속마음을 모질게 다져본다.
글=이정재.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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