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장애 극복 네번째 도전-대통령후보 공식지명 봅 도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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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봅 도울(72)전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의 백악관 도전은 이번으로 네번째다. 그는 76년 대통령 선거에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러닝 메이트로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다.그러나 지미 카터-월터 먼데일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었다.
이어 80년과 88년 선거에서도 백악관 입성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공화당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의 벽에 가로 막혀 대통령 후보 지명을 받는데 실패했다.
그는 이제 백악관을 향한 「4수(修)의 도전」에 나섰다.그러나 도울의 이같은 정치적 집념이 단순히 대통령직에 대한 노욕(老慾)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없다.
도울은 고향인 캔자스주 워시본대학 법대 재학 당시부터 정치에대한 집념을 보였다.
그는 대학 재학중 2차대전에 참전했다 부상,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수술을 세번에 걸쳐 받아야 했다.결국 이때 오른쪽 손을다쳐 지금까지 불편한 생활을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됐다.
전쟁이 끝나자 도울은 대학으로 돌아가 법률을 공부했다.그러나그는 교수강의를 녹음기로 일일이 녹음해야 했다.왼손으로는 교수의 강의를 받아 적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울은 집으로 돌아가 녹음된 내용을 왼손으로 모두 옮겨 적었다.신체의 불리함을 노력과 끈기로 극복한 그는 우수한 성적으로법대를 졸업했다.
도울의 이번 선거 캠페인 전략의 큰 골자는 그의 이러한 집념과 끈기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장래는 이같은 집념과 의지의 인물이 아니고는 이끌 수 없다는 것이다.동시에 베이비 붐 세대인 빌 클린턴 대통령이 굳건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도울이 클린턴에 비해 22 세나 연장자이면서도 클린턴의 젊음을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이같은 끈기를 바탕으로 한 저력에서 나온다.
샌디에이고 공화당 전당대회는 보수 공화당이 정강정책으로 미국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장(場)이기보다 역경을 이겨낸 도울의 의지와 집념이 한층 더 돋보이는 잔치 한마당이다.
샌디에이고=진창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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