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체계적으로] 1. 對北 지원 원칙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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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하루 이틀이어야 하는데, 계속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에너지 부족 때문에 무얼 어떻게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중순 중국 단둥(丹東)시내 한 음식점에서 만난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고위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북한은 2000년 12월 제4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전력 50만kW를 지원해 줄 것을 공식 요청한 뒤 수차례 이런 입장을 우리에게 전달해 왔다.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1999년 말 북한의 핵심 당국자가 전력만 지원해 주면 핵 폐기장을 설치해 주겠다고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전력 확보에 얼마나 매달리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북 전력 지원 문제는 북한의 핵 문제 해결과 연관돼 있어 실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대북 전력 지원 문제는 이것이 북한의 군사력 강화에 전용될 우려가 있다는 게 한.미의 공통 인식"이라면서 "북한 핵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되기 전엔 대북 전력 제공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북 지원에는 북한 핵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상당수 있다. 인도적 차원, 남한의 경제상황과 국민적 공감대 형성, 북한의 수용 가능성 등이 그런 변수에 속할 것이다. 따라서 대북 지원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일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게 북한 문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우선 북한 핵 문제의 해결 수위를 감안한 시차별 지원이다. 핵 문제가 현안으로 남아 있는 동안에는 식량, 보건.영양, 인력개발, 공장 개.보수 등에 역점을 두고, 사회간접자본.에너지 지원 등은 핵 문제 해결 과정과 일정 부분 연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남북 윈-윈'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쌀과 비료의 대북 지원은 국내의 관련 산업 보호 차원에서 점차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 유도도 적극 검토해야 할 대목이다.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의 개.보수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어 이들의 대북 지원을 적극 유도한다는 것이다. 남성욱 교수는 "우리가 60년대 초 외자를 도입해 경제 개발을 시작했듯이 북한도 경제 회복을 위해선 우리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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