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본격 經協앞선 시험무대-對北투자설명회 참가자 확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남북관계 전반을 고려해 결정했습니다.』 12일 북한 나진.
선봉 투자설명회에 우리측 49명의 참가결정을 발표하면서 던진 정부당국자의 이같은 설명은 평양에 대한 「조심스런 손짓」을 함축하고 있다.
우리의 대표단을 전체 참가자 규모의 10%로 제한함으로써 전반적으로 일을 차분하게 추진하는 한편 북한에는 우리의 진의(眞意)를 분명히 알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의도는 이날 발표된 기업체 명단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대농이라는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우선 정부는 중소기업을 주축으로 참가단을 선정했다.업종별로는 식음료(세모.대한제당),의류및 직물(세원.쌍방울.한국물산),목재( 이건산업),화학(제일물산.연합화학),전자.기계(삼천리자전거.일진전자.한국음향)등 북한이 투자를 희망하는 업종을 망라했다.
이번에 선정된 기업은 평양이 당초 기대했던 업체수에 비해서는모자라는 편이다.이번 행사를 주관하는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위원장金正宇)는 당초 「2백여개 한국 기업체와 10명의 언론인」을 간접 제의했다.또 참여업종도 도로.항망을 건설해줄 재벌기업 포함도 희망한게 사실이다.그러나 실제로 선정된 기업수는 북한이 제시한 기업수의 22%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이번 투자설명회를 본격적인 남북경협에 앞서 「시험케이스」로 활용하겠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나진.선봉 투자설명회 참가가 대북(對北) 직접투자 활성화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남북경협은 지난 88년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의 7.7선언으로 시작,현재 3억달러 규모에 이르렀다.그러나 이는 대부분 제3국을 통한 남북 단순교역과 위탁가공이 주류였고 본격적인 합작.합영사업은 거의 없었다.따라서 남북경협은 이번 투자설명회 참석을 계기로 질적(質的)성장을 이룰 공산이 크다.북한땅에서 열리는 투자설명회에 정부가 관리와 기업인 방북을 허용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오는 9월13일 시작될 투자설명회 곳곳에 복병(伏兵)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우선 초청장 발급이 큰 문제다.통일원은 우리가 발표한 49명 전원에 대해 북한이 1백% 초청장을 발급해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 이다.
이와 관련,한 정부고위당국자는 투자전망에 대한 각국 기업들의의구심을 씻기 위해 정무원 경제담당 최고위관리인 홍성남부총리가직접 환영사를 하고 나진.선봉 직할시의 김경운 행정경제위원장과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등이 투자유치 설 명에 나서는 점등을 감안할 때 그럴 소지는 일단 없는 듯하다고 관측한다.문제는투자가 본격화할때 남한기업을 외국기업과 차별하는 것등이라며 향후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투자규모.대상을 조절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최원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