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공직자 재산공개法網-윤리委 검증장치 강화 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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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5대 국회 신규 재산등록의원을 대상으로 한 본지 특별취재팀의 실사(實査)결과 현행 공직자재산공개법의 허점을 교묘히 이용한 불성실신고등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관련법 보완작업이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특히 현행 재산등록법이 재산총량 파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당초 취지인 윤리성 검증장치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채무 늘려 재산 축소=현행 재산공개법상 채무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규정이 없다는 맹점을 악용해 상당수 의원들이 재산을 축소.은닉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한국당 이국헌(李國憲.경기고양갑)의원의 경우 수십여건의 부동산을 보유한 재력가임에도 6억원 이상을 사인(私人)간 채무로신고해 「빚더미」에 앉은 것으로 신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임대수입이 발생해도 보증금만 채무로 신고토록 돼 있는 규정탓에 빌딩.상가등을 보유한 의원 상당수가 빌딩 신고가액보다오히려 더 많은 「임대부채」를 지고 있는 기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재산취득 경위 누락=현행 법규상 재산등록대상자는 재산취득일자.경위등을 명시하도록 돼 있으나 상속.문중재산등의 명목을 제외한 개인적 취득일 경우 이를 준수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이것 역시 자민련 변웅전(邊雄田.충남 서산- 태안),국민회의 정희경(鄭喜卿.전국구),신한국당 이강희(李康熙.인천남을)의원등은 가족들이 살지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옮기거나 타인명의로 땅을 사들여 투기성재산 취득의혹이 드러났지만 재산취득경위는 밝히지 않았다.
◇고지 거부=현행법상 분가한 뒤 소득이 있는 직계 존비속에게는 고지 거부를 허용해 공개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통한 재산은닉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총무처 윤리담당관실 관계자는 『신규 등록자의 경우 재산등 록전 고지 거부를 할 수 있는 직계비속을 통해 부동산매각자금.현금등으로 재산을 은닉하면 사실상 적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법인이지만 사실상 사기업일 경우 명의에 상관없이 소유재산임에도 고지 거부를 이유로 재산을 누락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로 자민련 김고성(金高盛.충남연기)의원의 경우 자신이 대표로 돼 있는 충남연기군의 지상 7층 건물을 자택.지구당 사무실로 이용하고 있으나 신고내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때문에 신규재산등록대상자의 경우에는 분가한 직계존비속으로까 지 신고의무 대상을 확대하고 법인명의 재산이라도 법인업무와 무관한 사적 사용이 명백할 때는 신고대상에 포함시키는 규정마련이 시급하다.
◇비현실적인 재산평가 기준=현행법상 부동산의 경우 시가를 배제한 채 부동산은 개별공시지가,아파트.연립등 공동주택은 국세청기준시가로,빌딩.상가등 기타건물은 공시지가(대지)와 지방세 과세시가표준액(건물)을 적용하는 까닭에 재산이 저 (低)평가되는경우가 상당수 발생했다.
실제로 국세청 기준시가는 최근 몇년간 현실화 작업을 거치긴 했지만 시세의 약 70~80% 정도며 공시지가는 시세대비 약 80%,지방세 과세 시세표준액은 이에 훨씬 못미쳐 시세대비 50%미만에 불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약한 처벌=공직자 재산등록법은 위반자들에 대해 경고및 시정조치.사법처리외에 일간지등에 허위등록 사실을 공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등 선출직 공무원의 경우 「허위등록」「중대한 과실로 누락」한 경우등 외에는 구체적인 처벌규정이 명시돼있지 않고 처벌역시 「경고및 시정조치」등 미약한 실정이다.
14대 국회 국회윤리위 외부위원으로 활동한 김영정(金榮禎)전대한적십자사부총재는 『직계 존비속을 재산공개대상에 포함시킨다는조항이 있는 반면 고지거부 조항도 함께 만들어 놓아 서로 충돌된다』고 지적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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