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Holic] 어린이·노인 탄 자전거 보도 통행 전면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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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어린이와 노인이 모는 자전거는 인도를 다닐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와 안전 거리를 확보할 의무가 생긴다. 경찰청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자전거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홀대’를 받았던 자전거의 운행 권한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경찰청은 이달 말 행정안전부 등 관련 기관과 협의를 마친 뒤 다음달 공청회를 열어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수렴할 예정이다.

◆자전거 ‘운행권’ 커져=기존 도로교통법 규정들은 자동차 우선이었다. 자전거의 경우 책임만을 강조하고 운행 지역을 제한했다. 이 때문에 자전거 운전자는 사고 발생 때 과실 비율이 높아지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개정안은 어린이·노인이 자전거로 보도(인도)를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 법은 자전거의 보도 통행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또 ▶보행자가 많지 않거나 ▶차로·보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교외지역 도로에선 자전거 이용자가 길 가장자리를 통행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다가오면 무조건 차로를 양보해야 했던 ‘자출족’(자전거 출퇴근족)의 설움도 사라진다. ‘자동차-오토바이-자전거’로 정한 진로·양보 의무를 고쳐 주행속도에 따라 양보하도록 바뀐다. 자동차 운전자는 자전거 옆을 지날 때 안전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전거 전용차로를 확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신설했다. 법정 폭(3m 이상)보다 넓게 설치된 차로·보도의 폭을 줄이거나 차로 수를 축소해 자전거 전용차로를 설치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도로 다이어트’를 통해 자전거 차로를 늘리자는 취지다. 일본·영국 등에서 볼 수 있는 ‘후크턴(Hook-Turn·그림)’ 체계도 도입된다.

◆어린이는 안전모 착용=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는 안전모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야간·악천후 때는 전조등과 미등을 의무적으로 켜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한다. 도난 방지를 위한 ‘자전거 인터넷 등록시스템’도 도입된다. 자동차처럼 ‘차대번호’를 매기고 구매자가 인터넷에 등록하는 방식이다. 분실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과 주차단속 공무원이 PDA로 조회, 소유자를 찾아준다.

한편 경찰은 애초 자전거 운전자의 음주 운전을 금지, 단속하는 조항을 도입하려 했으나 결국 제외했다. 이날 오전 인터넷에 관련 보도가 오르자 일부 네티즌들의 항의 댓글이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시기상조다. 국민 정서를 고려하자’는 어청수 경찰청장의 뜻에 따라 개정안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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