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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 살해후 권총.실탄 탈취도주-파출소 강력범죄에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민생치안의 최일선인 파출소가 강력범죄에 흔들리고 있다.
서울송파구잠실동의 한 파출소에서는 괴한이 침입해 근무중인 경찰관을 살해하고 권총.실탄까지 탈취했는가하면 인천시남구용현1동에서는 만취한 30대 남자가 순찰중인 한 파출소 소속 경찰관을흉기로 위협,순찰차를 빼앗아 달아났다가 검거됐다 .이처럼 파출소를 「치안성역」으로 인정하지 않는 범죄가 잇따라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으나 부족한 인력과 연장근무에 시달리는 일선 파출소는 그들을 노리는 범죄에 무방비 상태다.
9일 오전5시쯤 송파경찰서 잠실1파출소에서 범인이 부소장 조성호(趙成虎.45)경사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친뒤 趙경사가 갖고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3발,공포탄 2발등을 빼앗아 달아났다. 趙경사는 파출소내 방범원실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다 순찰근무를 마치고 근무교대를 위해 들어온 정의석(丁義錫.29)순경에 의해 발견돼 부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중 오후4시10분쯤 숨졌다.
丁순경은 『근무교대를 위해 파출소에 돌아와 보니 趙경사가 보이지 않아 방범원실에 들어가보니 머리에 피를 흘린채 신음중이었고 바닥에는 피묻은 소화기가 놓여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파출소내에는 오전3시부터 사건발생때까지 趙경사 혼자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파출소 2층에서는 소장 임정종(林霆鍾.50)경위와 경찰 실습생들이 잠자고 있었다.
잠실1파출소는 지난해 12월부터 잠실3파출소와 함께 12시간씩 3교대근무 시범실시중이었으며 이날 趙경사등 5명과 방범대원2명이 한조로 근무중 趙경사를 제외한 6명은 관내 순찰근무중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趙경사로부터 조사받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총기탈취를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침입했을 가능성 모두에 대해 수사중이다.
또 9일 오후8시45분쯤 인천시남구용현1동 청룡쌀상회 앞길에서 李광수(34.노동.남구용현1동)씨가 인천중부경찰서 용현1동파출소소속 인천3로3212호 순찰차에 타고 있던 李현재(34)경장을 흉기로 위협,순찰차를 탈취해 달아났다.
李경장은 『청룡쌀상회 앞길에서 李씨가 도로변에 주차중인 차량을 발로 걷어차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동료경찰과 함께 출동했으나 李씨가 갑자기 생선회칼을 들이대며 순찰차를 빼앗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38구경 권총 공포탄 2발을 발사하며 추적했으나범인은 주안방향으로 그대로 달아났다.
이어 범인은 주안5동 골목길에서 순찰차를 버린뒤 또다시 그레이스승합차를 빼앗아 도주하던중 오후10시17분쯤 남동구간석5동5거리 방면에서 접촉사고를 낸뒤 차를 버리고 달아나다 경찰의 추적을 받고 붙잡혔다.
경찰은 범인 李씨가 그레이스승합차를 빼앗는 과정에서 공포탄 2발과 실탄 1발을 발사,그레이스승합차에서 놀라 문을 열고 나오던 張모(15.중3)군이 실탄유탄에 복부를 맞아 중상을 입었다. 파출소의 「자체 치안」능력이 위기에 처한 사건은 이번만이아니다.지난 94년 6월 충북 청주경찰서 강서파출소에서는 연행된 피의자가 경찰관을 목졸라 살해했고,지난해 1월 서울양천경찰서 목4파출소에서 피의자가 동거녀를 살해하고 경찰관 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권총에 맞아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이처럼 파출소 안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은 파출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주된 원인이다.
서울시내 파출소에는 경찰관.방범대원 16~18명이 근무하나 평상시 파출소안에는 보통 1~2명만이 남아 경찰서및 동료 직원이나 방범대원들로부터 무전 연락을 받으면서 대기하고 있다.특히서울경찰청은 지난 3월 순찰근무를 강화하기 위해 한명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두를 방범활동에 투입해왔다.전국적으로 파출소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순경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현재 순경정원은 3만8천6백11명이나 실제는 2만6천9백93명에 불과,정원의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동국대 김보환(金甫煥.경찰행정학)교수는 『우리 파출소는 순찰업무와 지역관할업무라는 「두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하지만 현재 인력.장비로는 두 기능을 모두 담당하기 어렵다.근무여건을 대폭 향상시키거나 미국처럼 소규모 경찰서를 도입해 파출소의 과도한 업무를 덜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진.이창무.강갑생.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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