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있는요리>장떡-이영자.이경희씨 모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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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입맛만큼은 좋아진 세상에 만족하지 못한다. 오븐으로 빵.과자를 구워내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30대초반의 주부 이경희(李慶姬.32)씨도 이따금 어려서 어머니가만들어주시던 음식이 그리워 질 때에야 환갑을 넘긴 그의 어머니는 어떠하실까.
『요즘에야 철 가리지 않고 먹을 게 나지만 그전에는 어디 그랬나.장마철이면 찬거리 야채라곤 통 안나오지.그러니 초여름에 이걸 만들어 말려놨다가 장마때 반찬으로 먹었지.얼마전 수술받느라 병원에 있는데 영 입맛이 없길래 「장떡이나 먹 었으면」했더니 얘가 만들어 오더라고.그 덕에 밥을 좀 먹었네.』 친정어머니 이영자(李榮子.64)씨의 기억속에서 여름밥상은 보리밥과 열무김치에 장떡 한가지면 완벽하게 차려진다.
요즘은 아이들 입맛따라 쇠고기 다진 것을 섞기도 하고,고추장만 넣은 매콤한 장떡을 내놓는 음식점도 있지만 李씨 모녀의 생각에 장떡은 뭐니뭐니 해도 된장맛.장떡 한가지로 반찬하던 시절엔 지금과 비교도 안되게 짠 맛으로 된장 반,밀가 루 반을 섞어 반죽을 만들었으니 한층 장맛이 중요했을 법하다.
최근 들어 부쩍 된장이 건강식품으로 칭찬받는 것을 듣자면 이경희씨는 어려서 여름감기든 남동생이 통 뭘 못먹다 그나마 장떡에 입맛을 차린 일이 떠오르곤 한다.꾸덕꾸덕하게 말린 반죽에 기름을 흠뻑 두른 철판에 지져내서는….이런 묘사만 으로도 모녀의 입안에는 침이 돈다.참 소박한 맛인데도 더위에 지친 입맛을돋우는 데는 제격이다.된장찌개까지 맞춤하게 끓여 장떡상을 차려놓고 음식내력을 쏟아내다보니 모녀 사이의 30년 세대차가 훌쩍날아가버린다.
▶재료=된장 2분의1 큰술,고추장 1큰술,밀가루 1컵,부추 4분의1단,풋고추 2개,붉은고추 1개,파 다진것 2큰술,마늘 다진것 1작은술,물.식용유 적당히 ▶조리법=①부추와 풋고추는 잘게 어슷어슷 썬다 ②밀가루.된장.고추장.다진 파.다진 마늘을한데 섞고 물을 부어가며 된 반죽을 만든다.보통 부침반죽과 달리 된장만큼 되직한 반죽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분량이면 물 반컵이 적당할 듯 ③ 프라이팬을 달구어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한국자씩 떠 0.5㎜두께로 둥글게 부쳐낸다.식용유는 거의 튀김을할 때처럼 분량을 넉넉히 하는 것이 요령 ④붉은고추는 장떡을 뒤집을 때 고명처럼 얹어 함께 부친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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