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 주택시장 …내집 마련 전략 어떻게 짤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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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안개 속이다. 내집 마련 실수요자나 투자자 모두 시장 향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양도소득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세제 개편과 재건축 관련 규제 완화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은 거래시장 활성화에 분명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 경제 불안과 국내 실물경기 위축, 금리 상승 등이 주택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한 달이 멀다 하고 쏟아진 부동산대책 중에서도 정부의 시장 활성화 의지에 엇박자를 낼 만한 내용들도 적지 않다. ‘9.1 세제 개편안’ 발표때 나온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 강화 조치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세제 개편안에서 1가구 1주택자가 양도세를 면제받으려면 수도권은 3년, 지방은 2년간 실거주하도록 했다. 지금은 서울과 과천, 5대신도시에서는 2년 거주해야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3년 보유만 하면 2년을 거주하지 않더라도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이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딴 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당장 내집 마련에 나서야 하거나 집을 늘려가려는 수요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이 정책의 불투명성이 강하고 시장 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기에는 기본에 충실한 내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전략팀장은 “날이 밝으면 자욱한 안개도 언젠가 환하게 걷히는 법”이라며 “판단을 내리기에 어려운 상황이라면 잠시 여유를 갖고 때를 기다려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내외 여건 전개를 지켜본 뒤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아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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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것도 내집 마련 전략”=8.21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9·1 세제개편안, 9·19 주택공급대책 등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 대책에도 시장에는 여전히 냉랭한 기운이 감돈다. 매도·매수 희망자 모두 관망세를 취하면서 거래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매기가 끊겨 가격 움직임도 둔하다.

현재의 관망세가 올해 안에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집을 살 사람과 팔 사람 모두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물가 급등에 대출금리 상승이 계속되는 데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가 올 하반기 이후나 내년에 가서야 풀릴 것”이라며 “내집 마련 시기도 그 때까지 미루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소형 주택의 경우 수요가 많아 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이 큰 만큼 청약 가점이 낮은 실수요자라면 서둘러 매입을 고려하는 것도 괜찮다. 중대형으로 갈아타려면 내년 초로 매입 시기를 늦추는 게 유리하다. 고가주택 기준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조정되는 내년 초에 매물이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청약저축 가입 서둘러라=내집 마련 실수요자들의 주택 청약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정부는 ‘9·19 서민주택 공급확대책’을 통해 서울·수도권 도심 등지에서 주변시세보다 15% 싼값에 ‘보금자리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보금자리 주택은 청약저축 가입자에게만 공급한다. 앞으로 10년간 150만가구가 선보이는 데다 분양가도 주변 집값보다 15% 가량 낮게 책정될 전망이다.

따라서 청약저축에 장기간 가입한 사람은 가격이 싸고 입지도 좋은 보금자리주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유리하다. 통장 가입기간이 길고 불입금도 많다면 그만큼 청약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소형 아파트를 노리는 무주택자들은 세대주 자격을 갖춰 청약저축 가입을 서두르는 게 좋다.

청약예·부금 가입자 중 무주택자는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저축통장으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하지만 보금자리 주택 청약기회가 없는 300만원짜리 청약예금(서울 기준)이나 청약부금 가입자는 눈을 돌려 서울 도심 역세권나 재건축·재개발 단지내 중소형 아파트를 노리는 게 좋다. 만약 넓은 새 집으로 갈아타기를 원할 경우 광교와 판교신도시 등 핵심 블루칩 분양 물량을 노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알짜 급매물도 노려볼 만=청약 가점은 낮으나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라면 신규 분양보다는 기존 주택 중 급매물을 노려볼 만하다. 입주 3년이 되는 단지에서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갖춘 매물이 제법 나온다. 올 하반기 입주 단지에서 쏟아지는 급매물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평소에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강남 입성’을 노려 온 실수요자라면 올 하반기 입주 물량이 몰린 서초구 반포동와 송파구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리한 대출은 금물이다. 자금 계획을 철저히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 우영D&C 조우형 대표는 “무조건 싼 매물만 찾을 것이 아니라 향후 시세 상승 여지가 확실히 보이는 지역과 단지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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