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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부 발족 계기 바다 개발의 중요성 인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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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6일 국무회의에서 해양수산부 신설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개정공포안과 해양수산부 직제안이 의결됨에 따라 우리나라도 해양국가를 향해 닻을 올렸다.해양부 발족에 즈음해 우리가 당면한 현안을 특집으로 엮는다.
[편집자註] 우리 나라가 올림픽 준비에 여념이 없었던 88년초,당시 일본은 태평양상의 조그만 바위 덩어리 2개를 육지로 만드느라고 올림픽은 뒷전이었다.
도쿄(東京)에서 남쪽으로 무려 2천㎞나 떨어진 남태평양 한복판에 겨우 2평 넓이로 70㎝정도 솟아있는 이 바위 덩어리가 파도에 유실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일본은 당시 3백억엔(한화 1천8백억원)의 거액을 쏟아부어 콘크리트 방파제를 만들었다.
오키노도리섬이라고는 하지만 말이 좋아 섬이지 찰랑거리는 파도에도 바다 밑으로 잠기는 바위 덩어리에 불과한 이 섬을 일본은왜 사력을 다해 살리려고 했을까.풍요로운 미래가 이 조그만 바위덩어리에 달려있다는 것을 그들은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영해는 어디까지나 영토의 해안선을 기점으로 해서 정해지는 것이고 현재 국제법상의 영해규정은 「밀물 때 섬이 수몰되지 않는경우」에만 영토로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이 바위 덩어리를 사수(死守)함으로써 본토 넓이(37만8천평방㎞)보다 더 넓은 사방 40만평방㎞의 영해를 영원히 확보하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의 규정에 따라 우리 섬에 인접한 12해리 이내의 바다 역시 엄연한 우리의 영역이다.그러나 오키노도리를 살리기 위한 일본의 극성에 비한다면 바다에 대한 우리의 열정은 부끄러울 정도다.오키노도리처럼 세 사람이 발을 딛기에도 위태로운 바위 덩어리가 아니라 엄연히 섬으로 존재하고 있고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독도에 우리는 이제야 겨우 선착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55년에 설립돼 해양수산업무를 총괄하던 해무청이 61년에 해체된 후 35년만에 해양수산부로 부활하기까지 우리의 해양행정은 항상 뒷전을 맴돌았다.해운업무가 교통부 산하에 있다보니육운(陸運)에 밀리고 수산업무는 농림수산부 산하 에서 농업부문에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역사적으로 대륙지향적이었던 우리 나라는 해방 후 영토분단으로대륙과 교류가 차단되면서 국가발전 자체는 해양화를 통해 이루어져 왔다.교역물량의 99.7%를 해상으로 운송하고 있는 현실이이를 방증한다.
영해면적이 육지의 70%에 이를 정도로 넓고 그 중에서도 각종 생산시설의 설치와 개발이 용이한 수심 2백이내의 수역이 육지의 5분의1에 해당하는 2만1천평방㎞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종합적인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양광물등 해양자원의 보고(寶庫)로 일컬어지는 대륙붕만 해도육지면적의 약 3배에 이를 정도로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지만 석유탐사에 약간의 노력을 기울였을뿐 기초적인 해양자원 조사조차 제대로 돼있지 않다.
해양자원 이용측면 뿐아니라 유럽-아시아-미주를 연결하는 세계항로의 중심에 위치한 지경학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항만시설 확충이 뒤따르지 못해 이제 겨우 10위권의 해운국으로 진입하고 있다. 육지 속에 갇혀 바다가 아예 없는 스위스조차 세계 굴지의해운사(NORASIA 라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국내화물 운송의 경우에도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점을 활용하지 못해 총수송량중 해 운의 비중은 22.5%에 머무르고 있다.
이 모두가 항만인프라에 대한 투자 소홀로 인한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해양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갈길이 멀기만하다는 사실을 깨우쳐주는 사례는 이밖에도 많다.특히 유엔해양법 협약의 발효로 세계1백49개 연안국 모두가 2백해리 경제수역을 선포하게 될 경우우리는 육지면적의 4.5배에 해당하는 광대한 경제수역을 갖게 된다. 따라서 다소 실험적이라고도 할수 있는 이같은 조직개편을통해 해양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면 우리는 한강의 기적에 이어 또 한번 바다의 기적을 일궈낼 수 있을 것이다.
『누가 한국을 구원할 것인가.한국을 바다의 나라로 일으키는 자가 그일 것이다.』 한세기전 육당 최남선선생이 갈파했던 이 말이 새삼 「큰 소리」로 다가오는 때다.바다를 다시보자.이같은시점에 해양수산부가 발족된 것은 「풍요로운 미래」를 향한 첫발이란 점에서 온국민이 거는 기대가 크다.더욱이 해양업무를 단일행정 체계로 통합한 경우는 우리 나라가 처음이라는 점도 의미가크다. 미국의 경우는 내무.국방.교통부등 9개 부처 8개 외청에서 분산 관리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명칭의 수산해양부(Dept.of Fisheries & Oceans)를 두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도 과거 우리 나라 수산청이 담당하고 있던 업무만 맡고 있을뿐 과학기술.환경부 등 14개 부처로 업무가 나누어져 있다.해운과 수산업무는 물론 해상경찰업무까지 통합한 경우는 우리가 유일하다.
새로 발족된 해양수산부는 기존의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에서 담당하던 기능외에▶환경부의 해양환경보전 기능▶건설교통부의 공유수면관리기능 일체▶과학기술처의 해양관련 연구기능▶통상산업부의 해양자원 개발기능▶농림수산부의 수산물유통기능을 모두 이관받아 명실공히 해양업무의 중심부서 역할을 하게 된다.또 해양경찰청을 독립 외청으로 두고 해상범죄 및 해난사고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게 함으로써 강력한 집행기능을 갖게 됐다.
적어도 정책 집행 기능면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체제를갖추게 된 셈이다.
이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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