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견기업도 이공계 살리기 열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 지난달 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주니어 공학교실' 연수회. 기업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이 한자리에 모여 초등학교 자원봉사에 앞서 어린이들에게 보여줄 공학 실험을 연습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이 '이공계 살리기'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주로 부품.소재 전문 기업들이 중심이다. 창업자나 최고경영자(CEO)가 공대 출신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이들 기업은 실제로 이공계 임직원을 많이 뽑는다.

일진그룹은 올해 새로 제정되는 '한국공학한림원 일진상'에 매년 상금 5000만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 회사 허진규(64)회장은 이공계 출신 학계와 산업계 원로들로 구성된 명예 학술단체인 공학한림원의 회원이다. 한림원 일진상은 산학협력이나 공학교육 혁신, 과학기술 관련 저술 등에 이바지한 과학자.저술가 또는 산업계 인사를 발굴해 다음달 말 첫 수상자를 뽑을 계획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許회장은 1967년 일진을 창업했다. 일진그룹은 공업용 다이아몬드와 인쇄회로기판(PCB)용 회로 등 산업소재를 국산화했다. 계열사(12개) 대표이사의 80%가 이공계 출신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에서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귀뚜라미 그룹은 '한국공학한림원상'과 '젊은 공학인상'의 상금으로 매년 2억5000만원을 내놓고 있다. 귀뚜라미 문화재단 관계자는 "특허와 실용신안이 500여건에 이를 정도로 기술을 중시하다 보니 이공계 지원에 나서는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그룹 최진민(63)회장은 부산수산대학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부경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땄다. 그는 보일러 기술에 관한 여러 저서를 냈다.

반도체 소재를 만드는 동진세미캠은 지난달 말부터 경기도 화성 기안초등학교에 회사 엔지니어들이 자원봉사를 나가 공학의 재미를 실험을 통해 알려주는 '주니어 공학교실'을 열고 있다. 초등학생 200여명에게 한달에 한번씩 모두 6시간씩 강의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주로 진행하는 공학교실에 중견 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 이부섭(67)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67년 이 회사의 전신인 동진화학공업사를 설립했다. 동진세미캠 이기범 상무보는 "우리 회사 임직원의 80%가 이공계 출신"이라며 "이공계 기피현상이 해소돼야 부품 소재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고 말했다.

PCB 제조 전문 기업인 대덕전자도 이공계 기살리기에 열심이다. 서울대 통신과를 졸업하고 65년 대덕산업을 설립한 대덕전자 김정식(75)회장은 매년 1억원의 공학기술 관련 저서 지원금을 내놓고 있다. 해동학술상 상금도 출연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