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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100년 마라톤 '영웅'과 '엉터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마라톤은 『기뻐하라,우리가 이겼다』며 조국 그리스의 승전보를알리고 쓰러진 페이디피데스의 목숨 대신 태어났다.
근대 올림픽 1백주년을 맞아 올림픽 마라톤 1백년사를 살펴보면 「영웅들」과 「엉터리들」의 얼굴이 교차된다.
「엉터리들」이 대거 참여한 대회로는 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올림픽을 꼽을 수 있다.
쿠바 출신 펠릭스 카바할은 마라톤 경기 전날밤 주사위놀음에 가진 돈을 탕진해 긴바지와 구두,그리고 베레모를 한채 경기에 참가했다.
뉴욕 출신 프레드 로르즈는 1등으로 결승선을 밟았으나 중간에자동차를 얻어탄 것이 드러나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다.
우승자 토머스 힉스의 경우에도 레이스 내내 신경흥분제와 술을마시며 달렸지만 당시에는 도핑규정이 없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래도 올림픽 마라톤에는 「엉터리들」보다 「영웅들」이압도적이다.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마라톤 월계관을 쓴 그리스의 양치기 출신 스프리돈 루이스는 경기후 엄청난 상금과 선물을 거부하고 마차 한대로 고향사람들을 위해 물을 배달하며 살았다.
1906년,근대올림픽 탄생 10년을 기념한 아테네대회에 참가할 경비가 없어 애태우던 캐나다의 빌리 시어링은 시셀리라는 바텐더가 내기로 건 75달러를 들고 간신히 참가,우승의 영광을 안았다. 1908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이탈리아의 도르나도 피에트리가 코스를 완주,1등으로 스타디움에 들어서자 정신을 잃고 결승선 반대쪽으로 뛰기 시작한 것.보다못한 진행요원이 그를 돌려놓자 곧 쓰러져 버렸다.
결국 코치의 도움으로 결승선을 끊었지만 실격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올림픽 마라톤 1백년사 최고의 드라마는 손기정과 황영조다. 36년 베를린올림픽 우승자 손기정은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우승한 황영조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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