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자카르타시민의 민주화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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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자카르타 시내는 다시 조용하다.
지난달 27일 벌어졌던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의 흔적이 아직 몇군데 남아있고 트럭을 타고 이동하는 무장 군인들도 눈에 띄지만 일단 자카르타 시내는 평소의 모습을 되찾았다.
시위 도중 사망한 사람수에 대해 정부와 인권단체들이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지만 자카르타 시민들은 사망자수에 대해 그리 민감하지도 않다.이처럼 96년의 자카르타는 지난 80,87년의 서울과 한참 다르다.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 민주화 운동의 양태도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민주화 운동의 내면(內面)을 현지에서 들여다보면 우리의 과거 민주화 운동과는 다른 점이 많다.
무엇보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철권통치 기반은 여전히 건재해 보인다. 과거만은 못하지만 그의 건강도 아직 양호하다.그는 군부를 확실히 장악하고 있으며 경제적 실권까지 확실히 거머쥐고 있다. 그는 국영 항공기 제조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직접 맡고 있다.그의 아들들은 재계의 실력자로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 기간산업을 소유하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민주당(PDI)등 야당이나 학생운동권도 아직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이 되기엔 힘이 약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아직 8백달러선으로 중산층의 기반도 취약한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카르타에서 만난 학생이나 지식인들에게선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일종의 「자신감」이었다.비록 더디겠지만,또 이번에는 아니더라도 결국 민주화를 이루고야 말 것이란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한 경제학자는 『부패와 연결된 권위주의 철권통치를 청산하지 않고는 지속적인 경제발전이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나라마다 민주화 운동의 양태는 다르겠지만 한가지 세계 공통의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신념」과 「확신」이 아니겠는가.
〈자카르타에서〉 유상철 홍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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