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에서 서울 구경하기 - 순천 드라마 세트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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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에덴의 동쪽>이 화제다. 시대극인 만큼 촬영장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 특히 극중 아역들이 등장했던 시기의 달동네 분위기는 옛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덕분에 <에덴의 동쪽>의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순천 세트장은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 참에 순천 세트장을 꼼꼼히 뒤져보자.

2006년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 촬영을 위해 지어진 순천 드라마 세트장은 개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아직 그 외관이 깨끗하고 아름답다. 현재까지 약 45만여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순천 드라마 세트장은 1만2000평 부지로 멋진 신발을 신고 걸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순천시가 약 63억원을 들여 조성한 세트장 내부에는 약 200여 채의 건물이 다양하게 들어서 있는데 이는 모두 60~80년대의 서울과 순천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전국 최대 시대극 촬영장으로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얼마 전에 개봉했던 이준익 감독의 <님은 먼 곳에>도 이곳의 군부대 막사 세트장에서 촬영 했으며, 지난 5월에 촬영한 박철민 주연의 <분교 이야기>와 7월부터 촬영이 들어간 김기용 감독의 <블러드 쉐이크> 등 많은 영화들이 줄을 이어 이곳을 찾고 있다.
순천 세트장의 매력은 단연 옛 서울 풍경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았다는 것이다. 가벽으로만 세워진 여느 세트장과 달리 순천 세트장은 사람이 살면서 자연스레 손때가 묻은 거처럼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현재 세트장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는 곳이지만 20~30년 전 사진 속으로 들어온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순천 세트장은 순천읍 세트와 서울 변두리 세트 그리고 서울 달동네 세트로 크게 세부분으로 나뉜다. 처음 입장을 하게 되면 우선 순천읍 세트부터 만나게 된다.
순천읍 세트는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의 소도시 읍내와 196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의 번화가를 재현한 세트장으로 60~70년대의 지방 소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울뿐만 아니라 순천의 과거까지 만나게 되는 셈이다. 특히나 당시에 시골에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을 접해봤을 법한 읍내풍경을 엿볼 수 있으니 애틋한 향수를 느낄 만도 하다. 구형 자전거들이 늘어선 자전거포의 모습이나 불조심 글자가 크게 써진 소방서의 모습, 나무로 만든 전봇대 끝에 달린 파란색 확성기, 멋진 붓글씨 솜씨로 미닫이 문 유리에 써 놓은 복덕방 할아버지의 글씨까지 무엇 하나 낯설지 않은 우리네 과거의 풍경들이다.
순천읍 세트의 골목 끝으로는 다시 서울의 변두리 세트가 이어진다. 회색빛 2층 건물들이 늘어선 이곳은 서울의 1980년대 변두리 번화가이다. 이곳에도 그리 낯설어 보이지 않는 풍경들이 보인다. 지금이라도 지방의 면 단위를 방문한다면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다. 새마을 상회, 미용실, 고급다방 루비의 간판 등이 20여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풍기고 있다. 특히 한쪽 벽에 내걸린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보건사회부와 대한가족계획협회의 홍보 현수막도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여 위트를 더한다.

서울의 변두리 세트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눈앞에 장관이 펼쳐진다. 낮은 슬레이트 지붕의 집들이 언덕을 빼곡히 덮고 있는데 마치 거대한 달동네의 병풍을 보는 것과 같다. 이곳이 바로 전국 유일의 서울 달동네 세트장이다. 영락없이 1960년대 서울의 창신동을 옮겨다 놓은 모습이다. 녹슨 아궁이와 까만색 연탄들이며, 삿갓을 씌운 가로등과 전봇대 주변의 쌓여 있는 연탄재들, 빛바랜 벽보들이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되어 그대로 남아 있다. 고단했던 삶만큼이나 구불구불 한 달동네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당시 서민의 애환이 나도 모르게 느껴진다. 너무나 낮은 담장과 아무렇게나 올려놓은 지붕들이 옆집과의 경계가 무색하도록 서로의 몸을 부비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언덕의 꼭대기에서 만날 수 있었던 교회의 십자가는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희망을 쏘아 올리고 있었다.

이왕 순천으로 내려간 김에 조금 더 부지런을 떤다면 가을 주말여행을 멋지게 완성할 수 있다. 올해 한국관광공사는 ‘9월에 가볼만한 여행지’로 순천을 꼽기도 했다. 순천까지 가서 김승옥의 단편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었던 순천만을 놓친다면 서운한 일이다. 게다가 갯벌로는 처음으로 세계5대 연안습지로 등록된 곳이다. 낙안읍성, 선암사, 송광사 등도 권할만하다. 각 관광지를 연계하는 시티투어 버스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tip1: 순천 세트장 이용 안내
-개장시간
09:00‐18:00(토,일 포함)
-입장료
어른 3000원 / 청소년 2000원 / 어린이 1000원
(주차비 미포함 – 소형 기준 기본 1시간 500원)
-주소
전남 순천시 조례동 22번지 일원
061‐749‐4003

tip2: 순천 시티투어 안내
시티투어 코스
- 제 1코스 : 순천역→낙안읍성→송광사→순천만→드라마세트장→순천역
- 제 2코스 : 순천역→드라마세트장→선암사→낙안읍성→순천만→순천역
- 당일형
1코스: 드라마세트장→공룡박물관→순천만 자연생태관→선상투어→용산전망대2코스: 드라마세트장→한지공예체험→천연염색체험→낙안읍성3코스: 청소골 산촌체험마을→드라마세트장
- 숙박형(1박2일)드라마세트장→송광사→다도체험→천연염색→숙박→한지공예체험→낙안읍성→순천만자연생태관→선상투어→용산전망대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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