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得되는 '대학개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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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내년부터 고등교육 개방에 따라 단계적으로 외국 대학들의 국내진출이 허용된다.내국적 시각에 젖어온 우리나라 대학들에는 고등교육환경의 최대 변화라 볼 수 있다.외국대학의 교육내용과 경영기법을 도입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학습자들 에게도 외국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특히 21세기는 「교육의 세계화」 「문화의 세계화」 시대라고 말하듯 교육적으로도 국제협력체제가 강조되고 있는 실정임을 감안할 때 교육개방의 준비 여하에 따라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발전에 기여할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육개방은 그 기능면에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따라서 순기능을 극대화시킴으로써 「득(得)이 되는 교육개방」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양질의 선진국 고등교육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함으로써얻게 되는 긍정적인 면을 살려 질적 향상을 도모 하고 기술발전을 촉진하며 문화적으로도 외국에 대해 폭넓은 이해와 교육경험의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66개국 10만6천여명에 이르는 유학생들이 해외에서 지출하는 연간 1조5천억원 정도의 유학비용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유학 대체(對替)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 우려하듯 외국문화의 무분별한 침투에 따른 민족적 주체성의 혼돈과 상실의 문제라든지,경영논리에 치중한 무차별자유경쟁체제에 따라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잠식과자생력 상실에 대한 우려도 충분히 감안돼야 할 것이다.개방준비를 소홀히 할 때 외국 문화의 무분별한 수용에 따른 학문의 종속화와 경쟁력 없는 대학의 침체 가속화,교육의 질이 낮은 외국단설 대학들의 범람,그리고 일부 학부모들의 지나친 외국대학선호에 따른 부작용 등도 충분히 예 상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웃 일본의 개방사례에서 개방을 위한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 시사받는 바 크다.1982년 미국의 템플대학 분교가 세워진이후 일본에는 40여개교의 미국대학 분교가 설립돼 초기엔 10대1 정도의 높은 경쟁률로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 는 폐교하는학교가 늘어 10여개교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이는 일본 정부가미국대학 분교를 정규대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비(非)인정주의 」를 유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주체성 있는 일본 교육문화의 특성에서 그 원 인을 찾을 수 있다.
고등교육 개방은 지식산업을 외국대학에 허용한다는 점에서 경제분야 개방과는 차원이 다르다.단순한 상품의 개방이 아니라 의식과 제도의 개방이며 경제적 규모면에서도 사(私)교육비까지 합한다면 40조원에 이르는 개방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우리 대학들은대학의 경영과 경쟁시대에 걸맞은 자율성과 자생력,그리고 질적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점을 부인할 길이 없다.
교육이 개방되면 대학들도 다국적(多國籍).다문화(多文化).다언어(多言語).다민족(多民族).다(多)캠퍼스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될 것이며 결국 개방체제에 걸맞은 교육과정과 「학생 소비자」 개념의 도입이 불가피하고 철저한 자기 질관리를 위한 개혁이필수적일 것이다.
더구나 2000년대를 전후로 학생인구감소에 따른 학생유치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대학들의 교육개방에 따른 생존전략의 필요성은 더욱 의미를 갖는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개방을 위협적인 관점에서만 볼 일은 아니다.필요에 따라서는 방어의 논리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하며,적극적인 개방논리의 하나로 우리 대학이 외국에 진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할것이다.무엇 보다 국민이 변하지 않으면 대학이 변할 수 없기 때문에 대학의 개방전략과 함께 학부모들의 건전한 교육개방 의식도 절실한 때다.
李鉉淸 大敎協고등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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