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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危機국면 맞은 인도네시아政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도네시아의 긴박한 정정(政情)을 보면서 우리가 먼저 갖는 생각은 수하르토 독재도 마침내 한계에 이르렀구나 하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과거 우리도 경험했듯이 독재의 말로(末路)는 놀라우리만치 유사함을 보인다는 것이다.이번 사태가 9 8년 대통령선거에서 수하르토를 위협할지 모를 야당당수 축출에서 비롯됐다는것은 우연의 일치만이 아니다.
지난 65년 공산계(共産系) 군인들이 일으킨 9.30 쿠데타를 진압하고 권력을 잡은 수하르토는 30년동안 인도네시아의 절대권력자로 군림해 왔다.67년 대통령이 된 수하르토는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해 집권초기 70달러에 불과했던 1인 당 국민소득을 1천달러까지 끌어올리고 식량자급을 이룩했다.
그러나 공산주의를 막는다는 구실아래 반대세력을 철저히 탄압하고,인권을 유린하며,의회를 사실상 허수아비로 만드는 등 반(反)민주적 강압통치를 지속해 왔다.이와함께 수하르토 자신을 포함한 그 일족(一族)의 부정.부패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돼왔다. 여기에 최근 들어 악화되고 있는 경제도 큰 불안요인이다.95회계연도의 경상수지적자가 전(前)회계연도의 두배에 달하고,물가가 크게 오름으로써 서민생계를 압박하고 있다.설상가상으로지난 4월 수하르토의 가장 충실한 협력자였던 부인 티 엔여사가사망하고,수하르토 자신도 건강이 악화되는 등 악재(惡材)가 겹쳤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반정부시위에 대해 무력진압방침을 확실히 하고,군부에 발포명령까지 하달하는 등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아직까지는 군부가 수하르토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시위열기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조짐이며 ,상황에 따라선 대규모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이 어디까지 인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수하르토정권의 운명을 결정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인도네시아 국민들 자신이기 때문이다.국제사회는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민주적 선택을 지지하고 유혈 인권유린에 반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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