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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신성장동력] 한국의 미래 환히 밝혀줄 ‘차세대 먹거리’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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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발굴 담당자라는 서너 명의 사람들이 이화여대를 찾았다고 한다. 동물행동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최 교수는 ‘통섭’으로 유명한 학자다.

지식의 통합이라고도 부르는 통섭이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고자 하는 통합 학문의 이론이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최 교수에게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전자업종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참신한 아이디어까지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향후 먹거리 산업을 찾기 위해 얼마나 고민하며 찾아다니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한 단면이다. 투자할 돈은 있지만 마땅히 어디에다 어떻게 해야할지 기업들이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의 상장기업들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채 60조원이 넘는 돈을 내부에 쌓아 놓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에 상장된 12월 결산 기업 546개 업체가 회사 내부에 쌓아둔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62조7447억원에 달한다. 현금성 자산이란 현금 이외에 수표, 당좌예금, 단기금융상품에 넣어둔 돈을 말한다. 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매년 크게 늘어 지난해는 2006년 말보다도 10조원(19.4%) 이상 늘었다.

국내 기업들이 외환위기 때 유동성을 겪으면서 가능하면 현금을 쌓아놓는 게 유행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돈을 내부에 잔뜩 쌓아 놓고 있는 게 더 이상 자랑거리가 아니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현금 확보가 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은 미래가 없는 기업이라고 낙인 찍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캐시카우(기업에 돈을 벌어주는 사업)는 투자로 키울 수밖에 없다. 애널리스트들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돈을 쌓아 놓고만 있으면 더 이상 유망한 기업으로 평가하지 않는 추세다.

삼성과 LG, 현대·기아자동차 등 10대 그룹이 쌓아둔 현금은 상장사 전체가 쌓아둔 돈의 절반이 넘는 무려 33조원에 이른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11조8720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이 7조1165억원, 현대중공업그룹이 4조9053억원이나 있다.

실제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6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성장동력 발굴 현황과 애로요인’을 조사한 결과 59.8%가 “미래 수익원이 될 새로운 성장동력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돈은 있지만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대기업도 문제지만 중소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수익원을 찾지 못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66.8%로 대기업(53.1%)보다 높았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이 신성장동력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정보통신(IT)산업은 64.7%가 신성장동력을 찾았다고 응답해 눈길을 끌었다.

이미 찾았다고 밝힌 기업을 대상으로 신성장동력화가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묻는 질문에는 대부분 초기 단계에 있었다. 타당성 검토(38.2%)와 필요한 기술력 확보(26.6%)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사업화 단계나 제품 출시 단계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0% 안팎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국내기업들의 신성장동력 찾기에 애로점은 뭘까.

기업들은 환율·유가 등 대외 불확실성(40.0%)과 불투명한 정책 방향(16.3%), 고급 정보 부족(13.2%), 내부 의지 부족(12.0%) 등을 손꼽았다. 또 기업들은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유망한 부문을 녹색성장 산업을 가장 많이 꼽았다. 에너지·환경산업(29.5%), 정보통신(22.3%), 생명공학(20.0%), 나노기술(6.3%), 금융산업(5.2%), 전기전자(4.8%) 순이었다.

일부 기업에서는 신성장동력을 인수합병(M&A)을 통해 찾기도 한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CJ투자증권을 인수해 신성장동력을 금융업에서도 찾고 있다. GS그룹도 마찬가지다. 허창수 회장은 M&A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자며 최근 나온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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