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민주화'라는 단어가 헌법에 처음 들어간 것도 87년이다. 그 전까진 사회정의와 균형발전 등의 개념만 있었는데, 이때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말이 제119조 2항에 삽입됐다. 그동안의 성장 일변도 경제정책이 빚은 부작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 등을 근거로 한국 헌법의 경제질서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기본으로 하지만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해석한다. 자유시장 경제의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복지.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적 규제와 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경제의 민주화라는 개념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떨어뜨렸다고 주장한다. 민주의 기본원리는 평등이다. 반면 경제성장의 필요조건은 경쟁을 통한 차별화다. 그런데 평등이라는 개념을 경제에 적용하다 보니 경제성장의 동력인 차별화 원리가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80년대까지는 '관치(官治) 차별화'로 경제성장이 이뤄지다가 이후 '관치 평등주의'로 인해 한국 경제의 힘이 약해졌다고 지적한다.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분산과 균형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바람에 경제발전의 역동성이 훼손되었다는 얘기다.
경제의 민주화는 기회의 평등을 의미할 뿐, 평등한 분배를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의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의 강령은 '노동자와 민중 중심의 민주적 경제체제를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회적 소유를 바탕으로 시장을 활용하고…, 평등한 분배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의 민주화를 더 공고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맞아 경제 민주화의 의미를 새롭게 새겨봐야 할 것 같다.
이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