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망권 등 침해 108억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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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의 일조(日照).조망(眺望)권을 침해한 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법원이 108억원을 배상하라고 조정했다. 법원의 조정은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李太云부장판사)는 서울 도곡동 진달래1차 아파트 372가구 주민들이 도곡 주공1차 아파트 재건축조합을 상대로 낸 공사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재건축조합은 108억원을 배상하고 공사는 계속하기로 양측이 합의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108억원의 배상금에는 일조권뿐 아니라 조망권.프라이버시권의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이 포함됐다"면서 "재건축으로 인한 환경권 침해 분쟁이 판결이 아닌 화해로 타결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조정으로 진달래아파트 주민들은 가구당 약 3000만원의 보상금을 받게 됐다.

◇24층짜리 아파트 건설이 발단=도곡동 527번지 일대 5층짜리 도곡 주공1차 아파트는 2002년 6월 16층에서 24층짜리 34개동(3002가구)규모의 '도곡렉슬'을 짓기 위해 재건축을 시작했다. 준공 예정일은 2006년 2월.

이에 대해 공사 현장과 인접한 12층짜리 진달래 아파트 3동 및 5~9동에 사는 499가구 주민들이 지난해 4월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니 공사를 중단시켜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했다.

도곡 주공 측은 지난 1월 85억원의 합의금을 제시하며 소송을 취하할 것을 제의했으나 진달래 측은 190억원을 요구하며 맞섰다. 결국 재판부가 중재에 나서 3동과 5~8동에 사는 372가구에 108억원을 지급하도록 합의를 이끌어냈다. 9동에 사는 127가구는 이미 17억원에 합의했다.

◇조망권 분쟁 확대될 듯=앞으로 재건축 아파트는 물론 고층 건물 공사와 관련해 일조권.조망권 침해를 둘러싼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강이나 산 등 전망을 볼 수 있는 권리'인 조망권까지 배상 대상에 포함돼 분쟁의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그동안 법원은 일조권과 달리 조망권 침해에 따른 피해는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해 왔다. 이번 조정 결과에 따라 조망권을 확보한다는 이유로 경쟁적으로 아파트 층수를 올리는 재건축 아파트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주택업계는 보고 있다.

김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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