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체제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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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 연찬회에 참석한 의원·당선자들이 재산신탁제도 동참 동의서에 서명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우리 입으론 가급적 보수란 말을 안 썼으면 좋겠다." "신(新)보수.선진보수의 탄생을 널리 알리는 광고를 내자." "더 이상 이념 논쟁은 불필요하다."

30일 한나라당 당선자 연찬회에선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둘러싼 백화제방식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이틀간의 연찬회를 마치면서 내놓은 결의문에서 한나라당은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선진화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민생 문제에 전념▶싸우지 않는 정치▶유연한 대북정책▶재산신탁제도 추진 등 네가지의 실천방안도 내놨다.

◇지도체제 논란=남경필.원희룡 의원은 "원내 정당으로 가자면서 집단지도체제를 하면 자연스레 힘이 국회가 아닌 당으로 옮겨가게 된다"며 "정치적 사안은 당 대표가, 정책은 원내대표가 맡는 투톱 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철현 의원은 "거의 다 망한 한나라당을 단일 지도자(박근혜 대표 지칭) 때문에 살리지 않았느냐. 벌써 그 고마움을 잊었느냐"며 朴대표 체제를 적극 지지했다. "여당의 공격에서 朴대표를 보호하려면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가야 한다"(심재철 의원)는 발언도 나왔다.

반면 3선의 홍준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朴대표가 한나라당을 살렸지만 또다시 '이 사람밖에 없다'고 몰고가면 어려워진다"고 했다. "4년 동안 이회창 총재만 바라보다 대쪽 이미지가 특권 이미지가 돼 대선에 패배한 것 아니냐"며 집단지도체제를 주장했다.

이재오 의원도 "한강 이북에서 3선 당선자가 6명, 비영남권 당선자가 40명밖에 안 되는 취약한 이미지로 3년 후 국민에게 어떻게 다가설 것이냐"면서 "지도체제를 보완해 총체적 리더십을 부각하자는 것이지 대표의 발목을 잡으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도체제를 둘러싼 갈등은 세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일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초.재선 그룹과 소장파 20여명은 이날 '수요 조찬 공부모임'을 발족했다. 반면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 등 3선급들도 이번 주말 강화도에서 1박2일간 합숙을 하며 집단지도체제 관철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제2 창당해야"=권철현 의원은 "국민의 뇌리에 보수는 기득권자이며 수구의 모습으로 각인돼 있다. 우리가 끝까지 보수라고 외치는 한 기득권 세력이란 것을 외치는 것과 진배없다"며 이념 논쟁 종식을 주장했다.

"조직 폭력배가 아무리 회개해도 이미 '조폭'으로 낙인찍힌 것처럼 한나라당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가 더 크다" "완전히 반개혁으로 낙인찍힌 한나라당은 해체하고 재창당하자"는 얘기도 나왔다. 당명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선 '민주개혁당''선진개혁당'등 구체적인 이름까지 거론됐다.

이정민.이가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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