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여름철 물난리 막을 수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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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8월말 중부지방 대홍수에 이어 이번에 다시 경기.강원북부지방에 엄청난 홍수가 나 80명 이상의 귀중한 인명을 앗아가는 재해가 발생했다.물난리가 연례 행사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아까운 생명과 재산의 손실이다.더욱 안타까운 것 은 이번 물난리로 인한 희생자의 절반이상이 꽃다운 젊은 군인들이었다는 점이다.그렇다면 이러한 여름철 물난리는 정말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1년에 평균적으로 1천2백74㎜의 비가 내린다.
이 양은 세계 평균 9백70㎜에 비해 조금 많지만 연 수천㎜ 이상 오는 열대지방에 비해서는 적당한 양으로 보인다.문제는 비가 연중 고르게 오지 않고 여름 한철에 전체의 3분 의 2인 8백㎜ 이상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는 점이다.특히 문제되는 것은여름 한철 쏟아진 비가 때로는 이번 임진강 유역 대홍수와 같이단 이틀사이에 몽땅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자연특성을 가진 우리나라는 물난리로부터 완전한 해방은불가능할지도 모른다.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우리나라 보다 자연및 기상조건이 더 불리한 이웃 일본의 경우 일반적으로 홍수에 의한 재산피해는 우리보다 더 많을 수도 있으나 인명피해는 비교적 적다는 점이다.다시 말하면 아직 우리나라의 물난리는 후진국형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임진강유역 물난리는 한마디로 엄청난 양의 홍수가 예기치않은 시기에 예기치 않은 장소에서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이틀동안 내린 비의 양은 4백㎜이상으로 곳에 따라 5백㎜가 넘었으며,이러한 양은 강우빈도로 보면 50~1백년 정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하면 이 지역 주민들에게는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한 홍수였다.더욱이 이번에 집중호우가 내린 임진강 유역은 대부분 이른바 접적지역이라 모든 면에서 정부의 투자가 소홀했던 곳이다.
홍수재난관리도 마찬가지로 이 유역 은 본격적인 홍수예.경보체계는 물론 기본적인 강우및 수위 관측시설도 빈약한 곳이다.여기에최근 지역개발 붐의 영향으로 연천.문산 등이 급속히 도시화된 반면 하천제방등 치수(治水)시설은 과거 그대로여서 이번에 견디지 못하고 무너■ 내 린 것이다.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아무리작은 수력발전댐이라 하더라도 길이 수백,높이 수십가 되는 연천댐이 이번 홍수로 일시에 붕괴된 것은 국가 안전측면에서 결코 그대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멀쩡한 콘크리트 댐이 일시에 붕괴된 것 은 천재(天災)로 돌리기에는 너무 무책임해 보인다.
이번 물난리는 다행히 인구밀집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했기에 망정이지 수도권과 같은 인구밀집지역에서 발생했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됐을 것이다.이런 점에서 이번 물난리를거울삼아 정부는 전국적으로 홍수재해 취약지역을 일제히 점검해 하천정비를 강화하고 제방을 보강하고 댐과 같은 주요 시설물의 안전을 확인하는 등 종합적이고 항구적인 치수대책을 수립해야 할것이다.이번 홍수에서도 문제가 된 곳은 대하천 제방과 소하천 제방의 접속부나 곡선제방과 직선제 방의 연결부 등으로 하천정비면에서 취약한 곳이다.
다음,임진강이나 한탄강과 같은 중소규모 유역에 홍수 예.경보체계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정확한 강우예보를 위한 레이더 우량계 등과 같은 첨단 홍수 예.경보 시설의 확충에 과감한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또한 이번 물난 리의 주피해자인 군은 자체인력뿐 만아니라 그 분야 민간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아 군 주요시설물과 막사에 대한 전군적인 안전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그에 따라 전술 목적상 계곡이나 산등성이에 위치한 군시설물도 재난방지상 필요하다면 과감 히 재배치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홍수재난관리를 위해 재해예방에대한 연구는 물론 지속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재난관리 요원들을 전문화시켜야 할 것이다.
우효섭<建技硏 수자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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