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리포트>지하철 노선따라 바뀐 도시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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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하철이 주(主)교통수단인 미국 도시들은 어디나 도시구조가 비슷하다.지하철망은 대개 도심 대형빌딩숲을 출발해 대량주거단지를 거쳐 외곽 전원주거지역 종점에 닿는다.애틀랜타 지하철망도 형태가 이와 비슷하다.도심에서 동서남북 각 방향으 로 15~20㎞씩 十자형으로 뻗은 지하철망 총연장은 73.6㎞,역수는 36개다.외곽역 21개에 환승주차장이 있고,요금은 무료 또는 하루에 1달러다.도심지역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역에 환승주차장이있는 셈이며 시(市) 외곽순환고속도로 와 만나는 역에는 특히 대규모 주차장이 있다.또 외곽역에서는 무료 연계버스가 주변지역을 연결하고 있으며 지하철과 연계버스시스템을 합쳐 MARTA라부른다.특이한건 이처럼 완벽한 시스템을 상당수 시민들이 외면한다는 사실.MARTA는 당연히 애틀랜타 광역권 통근자의 중추 교통수단이 돼야 하지만 실제 승객은 건설당시 예상수요의 절반밖에 안된다.특히 북쪽 백인주거지역 주민들은 MARTA를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승용차가 있으면서 자발적으로 MARTA를 이용하는 사람 은 5명중 1명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결국 MARTA의 주고객은 저소득층 흑인들일 뿐 백인들은 『애틀랜타에 몇년을 살았어도 한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많을정도다. 요금을 싸게 해주고 무료환승주차장을 설치하는등 인센티브를 아무리 줘도 승용차 이용자들이 지하철로 옮겨가지 않아 시당국은 한편으로 도시고속도로를 확장하는 2중투자를 해야만 했다.애틀랜타 외곽의 순환고속도로,도심관통고속도로등을 지하철 건설10년 후인 80년대후반 10차선 이상으로 확장한 것이다.도심의 「언더그라운드 애틀랜타」라는 대규모 상가는 장사가 안돼 입주자가 없을 정도지만 이들 고속도로 주변에는 지금 대형쇼핑몰이즐비하게 몰려 있다.지하철이 건설된후 애틀 랜타 도심은 흑인밀집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애틀랜타의 MARTA는 이처럼 17년만에 애틀랜타시의 도시구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애틀랜타의 동.서.남쪽은 흑인밀집지역,고속도로가 집중된 북쪽으로만 새로운 개발축(軸)이 형성되는선형(線形)도시로 변모하는 중이다.당초 지하철을 구상했던 계획가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도시형태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해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MARTA와 비슷한 시기에 건설된 서울지하철도 어떤 형태로든 서울을 변화시키고 있을게 틀림없다.단지 우리는 그 영향의 방향 과 심도(深度)를 잘 모를뿐이다.「어디를 가도 막히는 복잡한 서울의 도시구조가 지하철 때문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한번쯤 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음성직 본사교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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