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 거의 회생시킨 항암유전자 활용 치료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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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 최선의 치료법으로 기대를 모았던 유전자치료법이 현재는 주춤한 상태에 놓여있는 이유는 치료유전자를 정확하게 암세포에만전달하는 매개물질 개발이 어렵고,암세포에서 치료유전자가 기대만큼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전자요법중 가장 많이 시행된 것은 암세포를 채취한뒤 인터루킨등 면역강화 유전자를 주입해 체내에 다시 집어넣는 면역유전자요법으로 효과는 기대이하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음은 항암유전자 p53을 바이러스를 매개물질로 활용해 전달하려는 노력인데 이 방식 역시 또다른 발암위험과 바이러스감염을일으킨다는 우려때문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실정.
중앙대의대 문우철(文宇哲)교수가 개발한 유전자치료법은 p53을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기존 방식과 같지만 암세포에 p53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매개물질과 주입방법을 새롭게 개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지방과 단백질의 결합체인 지단백(脂蛋 白)으로 특수하게 만들어진 이 매개물질은 암세포처럼 활발하게 증식하는 세포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해,정상세포를 손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항암유전자로서의 발현율도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시술방법에서도 기존의 암세포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과는 달리 온몸에 분포되어있는 혈관을 약물 수송체계로 이용함으로써 다른 부위에 전이되었으나 발견되지 않고있는 암세포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그러나 文교수의 새 로운 치료법이 비록 기적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장점들을 갖고있다고는 해도 아직 논란의 여지를 안고 있기는 하다.
우선 임상기간이 짧고 치료사례수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시술한 환자도 1년이 채 못됐고,4개월전에 시술한환자도 있기 때문에 아직 성급한 판단은 이르다는 것이다.
文교수도 『이 치료법이 공식적으로 확실히 인정받기 위해선 더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최소한 3년이상 추적관찰을 통해 부작용에대한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새로 개발된 치료법이 모든 암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이 치료방식은 항암유전자인 p53의결함을 수리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p53 결손으로 인한 암환자의경우만 치료대상이 된다.우리나라의 간암은 대개 간염바이러스가 p53의 결함을 일으켜 발병하고있어 대부분 적용대상이 되며 다른 암의 경우 약 절반정도가 대상이 될 것으로 文교수는 추정했다. 현재 文교수는 DNA검사로 p53의 결함여부를 조사한 후치료대상을 결정하고 있다.
이같은 제약에도 불구,새로운 치료법이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실험대상 환자들이 모두 국제기준을 월등히 넘는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
지난 1년동안 1차실험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모두 의학적 생존가능기간이 3개월미만으로 간과 폐.임파.골수등 전신에 암이 퍼진 말기암환자들이었다.
「시한부 생명」을 선고받은 이들이 그 시한을 넘겨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새로운 치료법의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이기도 하다.
고종관.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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