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탄생뒷얘기>7.텔런트 김지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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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김지호 전성시대다」.
TV를 켜면 30분이 멀다하고 그녀의 얼굴이 화면을 누빈다.
마땅한 CF모델이 그처럼 궁한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과연 「CF계의 무서운 아이」 김지호(22)의 실물가치는 얼마나 될까.현재 가전제품과 자동차.화장품.의상.음료.백화점등 모두 6종의 광고에 출연하는 그녀의 「몸값」은 줄잡아 10억원대.주당 5백회 이상의 광고가 TV를 통해 홍수처 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김지호의 CF가 이처럼 상종가를 기록하자 이와 관련된 「썰렁한」 우스갯소리까지 유행이다.『김지호의 국적이 어디냐』는 우문의 현답은 『싱싱나라』라야 통한다.「김지호 신드롬」의 여파는 이처럼 폭넓다.
영상매체를 통해 첫선을 보인지 고작 2년남짓.눈깜짝할 사이에김지호는 「특별히」 예쁘지 않아도 뭇사람들이 우러러보는 「별」이 될 수 있다는 숱한 가능성을 웅변하면서 한창 반짝이고 있다. 분명 오늘날 김지호는 80년대 중반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며 삼성전자 CF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깜찍한」 최진실과는 또 다른 스타의 전형으로 팬들 앞에 서있다.싱싱한 건강미와 꾸밈없는 개성,생기발랄함등 신세대풍의 가치를 고스란히 대변하면서 기성의 「미인관」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들이 그렇듯 김지호의 스타탄생 과정 자체는 그저 우연일 따름이다.결코 미화되거나 혹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는 숨겨진 뒷얘기 하나가 있다.
꿈많던 여대생(서울여대) 김지호가 탤런트란 생소한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94년10월의 일.
KBS 청춘드라마 『사랑의 인사』에 주인공급으로 전격 캐스팅되면서부터다.왈가닥 여대생 「제갈종남」이 그녀의 첫 역할이었다. 그러나 『사랑의 인사』가 데뷔작이긴 해도 스타탄생의 디딤돌이된 것은 이 작품이 아니다.그녀에겐 가수 신승훈의 뮤직비디오출연이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다.일개 뮤직비디오의 「이미지 걸」이『사랑의 인사』에 발탁된 배경을 당시 연출자인 윤석호PD는 이렇게 설명한다.
『94년10월 정훈탁이란 무명의 매니저가 문제의 뮤직비디오를가져와 한번 봐달라고 했다.마침 지적이고 도도하며 자기주장이 강한 역할이 필요했는데 김지호의 눈매를 보니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유럽 귀족풍의 고상함.바로 김지호의 매력이었다.』그러나 불행중 다행인지 김지호의 드라마 데뷔무대는 한달도 못돼싱겁게 막을 내렸다.은근히 다소곳한 여성상을 원했던 김지호가 도중하차를 택했기 때문.
막상 별 볼일 없는 첫선이긴 했어도 김지호는 방송가의 화제가됐고 MBC 『TV시티』『아파트』등에 거푸 캐스팅되는 행운이 잇따랐다.
하지만 이때 김지호의 숨겨진 매력과 상품성을 TV보다 훨씬 강도 높게 인식한 쪽은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 광고업계였다.
지금에 와선 「연기자」보다 「CF스타」의 이미지가 더 부각된 이유가 여기서 비롯됐다.
곧 김지호가 한동안의 「외도」를 청산하고 TV로 돌아온다.SBS 『8월의 신부』.연기의 세계로 「금의환향」하는 이 무대는정말로 김지호가 CF모델 못지 않은 「연기자 김지호」로 거듭날수 있을지를 가늠할 큰 시험장임에 틀림없다.
글=정재왈.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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