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사장.막사 흔적조차 없어-승리부대 사고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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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강원도화천군상서면마현리 말고개 정상 2㎞아래 승리부대 수송부.조립식 막사는 흔적도 없었다.사고 현장에 이르는 도로가 모두끊겨 2시간이나 걸어 도착한 사고현장은 수라장이었다.오전5시10분쯤 산사태가 난 이후 14시간만에 도착한 ■ 장에는 각종 철판과 함석 쪼가리가 널려 있었다.사고가 난 막사로부터 20여떨어진 또다른 막사에는 나머지 장병들이 동료를 잃어버린 슬픔에침통한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사고는 막사위를 지나가는 20여 높이의 5번국도에서 1백여의흙더미가 무너져 일어났다.26일부터 전기가 끊겨 칠흑같은 어둠속에 각 대대에서 파견나온 수송부 장병 28명이 잠자고 있었다.이들 장병은 오는 10월 준공될 막사 대신 조 립식 임시막사를 사용하고 있었다.
20여의 폭으로 무너져내린 흙더미는 취사장을 덮친후 바로 붙어있던 임시 조립식막사를 쓸어버렸다.다른 막사에 있었던 최창경(25)중사는 『우르르 꽝』소리를 듣고 밖으로 달려 나오니 취사장과 막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그 틈새 에서 서로의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는 아우성 소리등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나자 흙더미속에서 먼저 기어나온 장병들과 다른 막사에 있던 장병들은 도로가 끓겨 인근부대의 장비 도움을 받지못한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구조작업을 펴는 전우애를 보였다.이사고로 5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는 일단 수습됐으나 흙더미가 무너져 내린 절개지에는 노란색 페인트로 칠한 돌로 새긴 스마일마크와 하얀색 페인트로 칠한돌로 새긴「수송」글씨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남아있어 사고현장임을 말해주고 있었다.또 각종 건축자재가 널부 러진 인근에는「혼을 담은 시공」현수막도 걸려있었다.
한편 사고소식을 듣고 동생 황수용(24)병장의 안부를 확인하기위해 오후1시쯤 서울을 출발한 형 대용(31.서울시용산구한남동)씨 일행은 민간인통제선 부근인 15초소 인근에서 기자들로부터 『명단확인 결과 동생은 안전하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주저앉았다.黃씨 일행은 국방부등에 동생의 안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알려주지않아 경기도포천등을 전전하다 걸어서 들어오다 기자들을 만난 것이다.
화천=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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