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녹음실 사용料 너무 비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국내에 클래식 전용 레코딩 스튜디오가 거의 없다시피해 대부분의 클래식 녹음이 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또 클래식 전문 엔지니어 부족에다 스튜디오 사용료.오케스트라 대여료가 너무 비싸해외에서 활동중인 국내출신 아티스트들도 해외녹음 을 선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레코딩 스튜디오는 줄잡아 40여개 정도.독립 스튜디오로는 잠실.신세계.서울.사운드테크.뮤직디자인등이 있고 서울음반.
유니버설.태성음향.지구.아시아.효성.한국.오아시스.SKC.디지탈미디어 등의 음반사를 비롯,KBS.MBC.KMT V.SBS.
BBS등의 방송국,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등 공연장에서도 자체 녹음설비를 갖추고 있다.
최근 국내 음반시장의 급격한 팽창으로 레코딩 스튜디오는 많아졌지만 임대료는 여전히 비싸다.음반계 일각에서는 엔지니어들끼리의 자존심 경쟁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이중 서울스튜디오와 벽제 킹스튜디오를 제외하면 70명 정도의 오케스트라를 수용할 수 있는 녹음공간은 거의 없다시피하다.그러나 서울스튜디오는 시설이 낙후된데다 클래식 전문 엔지니어부족으로 가곡 녹음용으로만 사용될 뿐이고 벽제 킹스튜디오는 이동거리가 너무 멀어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예술의전당 등 공연장에서의 녹음도 대관료가 비싼데다 녹음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다.최근 KBS홀에서 호바네스 교향곡 음반을 녹음한 KBS교향악단도 방송녹화 일정 때문에 녹음 스케줄을잡느라 곤욕을 치렀다.따라서 리허설과 공연 일정 때문에 녹음대관이 사실상 불가능한 세종문화회관.예술의전당 대신 횃불회관을 클래식 녹음 전용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가곡반주나 협연을 위해 국내 오케스트라를 빌릴 경우 최소한 하루 1천만~2천만원이 소요되는데다 오케스트라의 이름을 내걸고국내외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만한 악단이 별로 없고 섭외하기도매우 힘들다.따라서 비슷한 비용이라면 영국.호 주.동구권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빌려 해외에서 녹음하는게 경제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94년 소프라노 조수미씨가 『새야 새야』를 녹음했던 서울스튜디오의 사용료는 프로(3시간30분)당 60만원.예술의전당이 하루(8시간 기준)에 2백70만원,리틀앤젤스 예술회관이 1백80만원선이다.
지난해 7월 조수미씨가 『아리아리랑』을 녹음한 런던 에어스튜디오(시간당 28만원),지난 1월 소프라노 권해선씨가 『모차르트의 여왕』을 녹음한 베를린 예수그리스도 교회(시간당 4만원),최근 플루티스트 윤혜리씨가 데뷔앨범 『센티멘탈』 을 녹음한 뉴욕 주립대 콘서트홀(시간당 10만원)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 오케스트라들이 공연시즌이 끝나는 7월초부터 9월말까지는 페스티벌 참가를 제외하면 레코딩에 주력하는 형편이어서 오케스트라를 임대하기도 쉽고 공연장에서 현장감을 살린 레코딩도 가능하다.외국 오케스트라들은 실제 연주에 못지 않은 프로의식을 갖고 레코딩에 임해 시간 때우기식의 국내 오케스트라보다위험부담률도 낮다는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같은 현상은 가요계에 유행처럼 되어버린 해외녹음과는 사정이다르다.가요녹음의 경우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설만 갖춘다면 국내녹음도 손색이 없으나 클래식 녹음의 경우 현재의 여건 개선이 급선무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음반산업 전문지 『뮤직 뉴스 아시아』 7월호는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레코딩 스튜디오가 급격히 증가했지만스타급 아티스트들은 일본.호주.미국.영국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경향이 늘어났다』며 『현재 광고음악.영화 사운 드트랙.효과음 녹음 장소로 전락해 버린 레코딩 스튜디오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녹음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