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올림픽 한국 뒷심.투혼 부족-축구.유도.하키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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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뒷심」이 부족하고 끈기는 실종됐다.
한국선수단이 극심한 메달기근에 빠진 가운데 한국스포츠의 특징이던 지칠줄 모르는 투지가 애틀랜타올림픽에서 사라져 실망과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
불과 4년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이를 악물고 몬주익언덕을 오르던 마라톤영웅 황영조의 가쁜 숨소리도,20년전 세계를 놀라게하며 몬트리올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시상대에 섰던 구기의 투혼도 애틀랜타에선 종적이 없다.
오히려 다 이긴 경기를 막판에 망쳐버리는 「역전패 신드롬」이만연,밤늦게까지 승전보를 고대하는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한국축구는 예선B조 3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어이없는 스로인 범실 하나로 종료9분전 결승골(2-1)을 허용,사상 첫 올림픽본선 8강진출의 꿈을 스스로 포기했다.이미 예선탈락이 확정된 이탈리아가 적극 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뛰는 모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세계정상급을 자랑하는 남녀하키도 끝날 때만 되면 불안하다.지난 23일 미국에 종료 10초전 결승골을 내주며 3-2로 패배,충격을 던진 여자하키는 26일 대호주전에서 또다시 「10초전」 동점골(3-3)을 허용했다.또 남자유도 71㎏ 급 유도 곽대성은 결승(25일)에서 「시간때우기」성의 소극적인 위장공격으로 종료3초전 주의를 받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쳤고,여자배구는 23일 중국과의 예선전에서 풀세트접전(3-2)끝에 뒷심부족으로이길 수 있는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이같은 뒷심부족 현상은 선수단 전체의 사기와 직결될 것으로 보여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한국선수단본부는 마지막 금메달몰이를기대하고 있는 배드민턴.탁구.핸드볼.양궁 등의 메달사냥에까지 악영향이 미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선수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국선수들의 정신적인 육질(肉質)이 현저히 여려진 것이 사실』이라며 『스포츠에 인기와 돈이 뒤따르게 된데 따른 이같은 한계의 극복이 시급하다』고 털어놓았다.
애틀랜타=올림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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