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위원회 2기위원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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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무난하다 못해 밋밋한 인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2기 위원이 확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개모집과 서류심사, 추천위원회 추천 절차를 거쳐 신임 위원 10명을 18일 발표했다.

이번 예술위 위원 선정은 단순히 한 해 1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예술위 핵심 인물들을 바꾼다는 의미를 넘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문화권력 이동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민예총·문화연대 출신 등 진보적 인사들이 1기 위원이었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2기 위원은 보수적 인사들이 선임될 것이란 예상이 높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무색무취의 중립적 인물이 많았다.

반면 일각에선 “각 장르를 대표할 만한 중량급있는 인물도 적으며, 위원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도 없는, ‘철학 부재’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좌·우 양측으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인사라는 평가다.

◆2기 위원은 누구=문화부는 2기 위원을 발표하면서 “장르 대표가 아닌 문화예술계 대표”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박순태 예술국장은 “2기 위원들은 각 기금 사업에 관여하기 보다 큰 틀에서 정책 형성 역할에 주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경력 등을 보면 나름 장르별 안배를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신임 위원을 장르별로 구분하면 ▶문학(김치수·신달자) ▶음악(백병동) ▶연극(최정일) ▶미술(오광수) ▶무용(김복희) ▶전통(조운조) ▶지역문화(최상윤) ▶문화일반(유진룡·정중헌) 등이다.

오광수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제외하면 모두 현직 교수들이다. MB정권의 ‘교수 사랑’은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상아탑에만 있는 인사들로 어떻게 현장의 어려움을 알겠는가”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평균 연령은 63.3세로 1기((54.4세)에 비해 9세가량 높아졌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문화 트렌드에 얼마나 적절히 반응할 것인가도 숙제로 남게 됐다.

2기 위원중 가장 눈에 띄는 인사는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이다. 그는 2년전 아리랑TV 부사장 자리와 관련된 청와대의 인사 청탁을 거부했다 경질된 바 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들은 “배 째 달라는 말씀이죠”라는 협박성 발언을 공개해 큰 정치적 파장도 일으켰다. 2년만에 문화계로 복귀한 유 전 차관은 “문화 행정 경험을 최대한 살리겠다”고 말했다.

◆김정헌 위원장의 거취는=1기 위원 중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한 인물은 김정헌(62) 위원장이다. 다른 1기 위원들은 3년 임기로 인해 이번에 모두 교체됐다. 지난해 9월 김병익 전 위원장의 중도 사퇴로 위원장에 취임했던 김위원장은 이번에 새로 꾸려진 2기 위원장 역할도 맡게 됐다. 올 초 ‘정권말 코드 인사’의 대표 인물로 논란이 됐지만 김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법과 규정에 따라 임기는 끝까지 채우겠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2기 위원장으로서 행보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신임 위원 선임 과정에서 그는 철저히 소외됐다. “어떻게 같이 일할 사람을 위원장에게 의견도 묻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물론 위원 선임과 관련된 모든 권한은 문화부가 가지고 있지만, 위원장과 전혀 상의를 하지 않은 건 문화부의 의도적인 배제라 할 수 있다. 김위원장과 같은 미술 장르인 오광수씨가 2기 위원으로 선임된 것 역시 김위원장의 입지를 축소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장르 이기주의 탈피하나=1기 위원회는 각 예술 장르당 한 명씩 위원이 선임돼 ‘장르 이기주의’를 잉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비난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특히 각 위원들이 장르별 소위원회 위원장까지 동시에 맡아 실무적인 기금 지원 사업에도 관여하는 ‘권한의 집중’이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반면 2기 위원회부터는 ‘11인 위원회’와 ‘소위원회’의 중복 고리를 끊음에 따라 장르 이기주의의 병폐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2기부턴 별도의 소위원회를 따로 두지 않고, 특별한 사안이 터질 때마다 탄력적으로 소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11인 위원회와 기금운용심의회를 분리 운영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한 점도 진일보한 시스템이란 평가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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