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팅中年>12.茶생활연구가 이연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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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생활속에서 얻은 취미를 정성껏 키워 전문가의 경지에 오르는 것.주부가 가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자기 세계를 가꿀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경우라 할만하다.
이연자(李蓮子.51)씨가 바로 그런 여성.술과 차(茶)를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자연스레 차와 가까워져 살림살이 틈틈이 이분야의 공부를 계속,지금은 실생활과 차를 접목시키는 차생활연구가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고풍스런 전통가구들과 손때 묻은 차도구들이 도심의 아파트임을잠시 잊게 하는 李씨의 거실.올해 대학에 들어간 막내아들이 유치원 시절 콜라잔 대신 녹차잔을 들고 있는 사진이 이 가정의 극진한 차사랑을 잘 말해준다.차생활연구가로서 李 씨가 대중들앞에 내놓은 첫 작품은 음식과 차를 연결시킨 차요리책(『茶요리』.초롱刊).지난해 이맘때쯤 출간했다.
『물마시듯 차를 마시다보니 늘 남아도는 게 우려먹고 남은 찻잎이었어요.어떻게 이용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다 이것저것 요리에 넣어보게 됐지요.』잘 말린 찻잎을 소쿠리에 놓아두고 육류등기름진 음식에 양념처럼 넣으면 맛이 훨씬 담백해져 흔히 맛볼 수 없는 별미가 된다는 것.
특히 자주 찾아오는 남편의 술꾼 친구들이 이색 안주라며 부추기는 바람에 하나둘 메뉴가 늘어났다.이렇게 개발한 차요리들을 80년대 중반부터 전문지등에 소개해 오다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책으로 묶어보았다는 그는 사실 요리보다 「생활속의 차 즐기기」쪽에 더 관심이 많다.
『흔히 차 하면 곱게 한복을 입고 앉아 행하는 다도(茶道)를생각하기 쉽습니다.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식대로 즐기는 「일상속의 차생활」도 중요하다는게 제 지론이지요.』 한국차문화협회로부터 제1기 사범자격(92년)을 따냈을만큼 정식으로 행다법(行茶法)을 공부했지만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행다의 아름다움」보다 삶의 여유를 가져다 주는 생활음료로서의 차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고.
아이들(1남2녀)이 웬만큼 큰 90년 이후 문헌에 나타난 차연구에 돌입,차의 주요산지인 중국 우이산(武夷山).구이린(桂林).베이징(北京).시안(西安)및 대만을 찾기도 했던 그는 중국차는 고급스런 맛이 덜하고,일본차는 지나치게 격 식에 치우친데다 맛이 비릿해 역시 우리 입엔 우리 차가 최고임을 절감했다고한다. 부엌 한쪽에 책상과 컴퓨터를 들여놓고 식구들이 잠든 깊은 밤에 원고를 쓰는 李씨는 두번째 저서 『茶생활의 지혜』를 최근 탈고했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중국이 탐낼 만큼 고급차의 산지이면서도 국민 1인당 연간 차소비량은 10을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커피나 청량음료 대신 몸에 좋은 우리차를 더 많은 사람이 즐겼으면하는게 제 소망입니다.』현재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지 도자과정을밟고 있는 그는 내년께 우리 전통차의 효능과 마시는 법을 세번째 책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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