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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 개방 압력은 미국,이익은 EU.일본.중국이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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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돈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미국은 88년을 전후해「슈퍼 301조」까지 동원하며 한국에 시장개방압력을 가해 왔으나 정작 시장개방의 재미는 다른 나라들이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입차 시장의 경우 길은 미국차들이 일껏 닦아 놓았는데쌩쌩 달리는 것은 독일차들이다.시장개방 초기는 미국차의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통관기준)이 한때 50%를 넘기도 했지만 지난해 32.3%에 이어 올 상반기중 28.1%( 6천2백만달러)로까지 낮아졌다.반면 벤츠와 BMW를 앞세운 독일차는 상반기시장점유율이 46%(1억1백80만달러)로 뛰어올랐다.
술도 84년 버드와이저등 맥주와 포도주를 들고 미국이 앞장서개방압력의 총대를 멨지만 그 열매는 유럽연합(EU)이 따먹고 있다.지난해 미국산 주류 수입은 3천만달러에 못미친데 비해 EU는 위스키와 코냑을 앞세워 1억4천만달러어치를 들여왔다.
의류 역시 가장 큰 덕을 보고 있는 곳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지난해 중국에서 수입된 의류는 4억달러가 넘는 반면 미국은홍콩.일본에도 뒤지면서 겨우 중국의 10분의 1정도밖에 못팔았다. 세탁기나 면도기의 시장점유율도 마찬가지다.세탁기는 독일의AEG등 EU제품이 미국의 월풀 등을 눌렀다.면도기도 필립스.
브라운 등 EU제품이 전체 수입액의 70%를 넘었다.
개방만 되면 미제담배가 석권할 것으로 여겼던 담배시장에서도 일본 담배의 강력한 도전에 시달리고 있다.
91년만 해도 외산담배 시장의 74.3%를 차지했던 미국은 당시 15.5%에 불과했던 일본에 밀리기 시작,급기야 지난해 49%로 떨어졌다.반면 일제 담배가 47.3%로 올라섰다.미국은 버지니아슬림등 여러가지 담배 수출로 이 정도 시장을 차지한반면 일본은 마일드세븐라이트 담배 하나를 갖고 94년부터 외산담배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부터 제한적으로 개방된 쌀 시장에서도 미국은 인도.중국등과의 입찰에서 밀렸다.미국 쌀 수출업자들까지도 제3국 쌀로 입찰에 응하는 실정이다.
미국이 그나마 체면을 지키고 있는 분야는 농수축산물.쇠고기.
옥수수.밀등이 중국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공산품에서는 냉장고.의료기기.에어컨 등이 미국의 위신을 살려주고 있는정도다. 통상산업부 관계자는 『미국과의 통상협상때 가끔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며 『그래도 미국측은 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는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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