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 229조 … 집값 급락땐 한국도 안심 못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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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을 팔아도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대부기관도 신씨에게 빌려준 돈을 다 받지 못하고, 손해를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손해 규모가 연쇄적으로 커지면 전체 금융시장이 휘청거릴 수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덮친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원지도 주택담보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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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을 엄격히 제한했기 때문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한다. 현재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6억원 이하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집값의 60%까지다. 미국의 금융회사는 집값의 80~90%까지 빌려줬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후반 집값의 120%까지 대출해 주었다가 부동산 거품이 터지는 홍역을 치렀다.

우리는 2006년 3월부터 대출을 더 엄격하게 제한했다. 서울 같은 투기지역에서 6억원 이상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DTI 40% 안에서만 돈을 빌릴 수 있다. 집값이 떨어져도 금융회사들은 대출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기반한 파생상품의 거래가 거의 없어 설령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해져도 연쇄적으로 금융회사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출을 강화하기 전에 나간 돈이 많아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DTI 규제가 본격 실시되기 전인 2005년 말 기준으로 주택담보대출은 190조원을 넘었다.

또 대출 강화 이후에도 은행에서 집값의 60%까지 대출받고,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에서 추가로 나머지를 대출받은 경우도 꽤 있다. 이런 추가 대출 규모는 정확히 파악도 안 된다. 잠재적인 시한폭탄이 남아 있는 셈이다.

건국대 고성수(부동산학) 교수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득 감소와 부동산 거래시장 마비로 과다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입자들이 파산하면 부실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돈줄이 막힌 중견 건설업체도 걱정거리다. 업체들은 주로 저축은행으로부터 아파트를 짓기 위한 자금을 먼저 대출받아 쓴다. 하지만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업체들이 돈을 갚지 못해 연체율이 높아가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으로 연체율은 14.3%에 달한다. 2006년 6월(연체율 5.8%)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런 추세가 계속돼 건설업체의 부도가 늘어나면 저축은행도 위험해져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하면서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경색이 이어지고, 집값이 급락하면 파산 위기에 내몰리는 대출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대출받은 사람의 신용도에 따라 추가로 담보대출액을 늘리거나 거치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윤·함종선 기자

◆총부채상환비율(DTI)=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 처음에는 소득을 고려하지 않고, 집값의 60%까지 돈을 빌려줬다. 그러다 보니 소득이 적은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빚을 내 집을 사는 폐단이 생겼는데 이를 막기 위해 만든 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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