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파트 "머리·코·목 아파요" 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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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집에 입주한 뒤 머리와 코.목 등이 아픈 이른바 '새집증후군'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나 심각한지, 또 예방법은 없는지 짚어본다.

◇입주자 14.5%가 고통=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은 지 2년이 안 된 신축 아파트에 사는 457가구 1653명의 주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39명(14.5%)이 새집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9일 밝혔다.

새집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239명 중 여성이 반수 이상인 61.5%로 상대적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긴 주부들이 주요 피해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20%는 신체적으로 약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긴 영.유아였다.

또 소보원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별도로 아파트 18곳을 조사한 결과, 새집증후군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실내 공기에 원인물질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8곳 중 새집증후군의 주요 원인 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세계보건기구(WHO) 권고기준(0.08 ppm)보다 높게 나온 곳이 8가구로 44.4%였다. 어떤 아파트는 권고기준의 3배가 넘는 0.25ppm이 나오기도 했다. 벤젠이나 톨루엔 등 몸에 나쁜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일본 후생노동성의 권장치(1㎥당 0.4㎎)보다 많이 나온 아파트도 11곳(61.1%)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높은 곳은 권장치의 3배인 ㎥당 1.2㎎이나 검출됐다. 두 물질 중 하나 이상이 외국의 권장기준치보다 많이 검출된 아파트는 모두 13곳으로 조사대상의 72.2%였다.

◇어떻게 예방하나=소보원 소비자안전센터 생활안전팀 백승실 팀장은 "새집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는 신축 주택에 입주하기 전 빈집 상태에서 보일러를 며칠 동안 높은 온도로 가동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건축자재나 접착제 등에서 나오는 유해가스가 빨리 배출되기 때문이다. 보일러를 땔 땐 창문을 활짝 열어주어야 유해가스가 잘 나간다.

창문이나 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자연환기도 수시로 해주는 것이 좋다. 자연환기를 할 때는 적어도 오전과 오후 하루 두번은 해야 한다. 오전에는 10시 이후나 낮 시간에, 오후에는 9시 이전에 해야 지상에 깔린 오염된 공기가 역류되지 않는다. 자연 환기를 할 때는 원활한 공기 흐름을 위해서 베란다의 창문과 반대편 창문을 최소한 10분 이상 열어두어야 효과가 있다.

또 부엌에서 조리기구를 사용할 때 반드시 환풍기를 작동하며 부엌 쪽 창문은 하루종일 약간 열어 놓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밖에 방충제.방향제.냄새 제거제.세제 등도 실내 공기 오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꼭 필요할 때만 사용해야 한다.

'광촉매 코팅'기법을 이용해 새집증후군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인체에 무해한 이산화티탄 등을 벽지.바닥.천장.가구 등에 골고루 뿌려 유해물질을 분해하는 코팅방식이다. 이산화티탄은 새집증후군의 원인물질인 벤젠.톨루엔.포름알데히드를 분해해 인체에 무해한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화시켜 준다. 비용은 평당 2만5000~6만원선이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가 같은 날 건설.건축자재업체 22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새집증후군을 예방하는 자재 등을 쓰기 위해서는 평당 분양가가 16만원이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고 발표했다. 상의 관계자는 "업체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정부가 친환경자재 공급이 원활하게 되도록 지원하고 ▶인증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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