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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보령 제약회사 '정로환' 상표싸고 티격태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모양.색깔.가격.성분.효능은 물론 심지어 약이름까지 똑같은 제품이 출현해 소비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있다.생약성분의 배탈.설사약인 「정로환(正露丸)」이 문제의 약품이다.
정로환은 동성제약이 24년째 시판하고 있는 약품인데 지난 3월 보령제약이 똑같은 제품을 내놨다.
이 바람에 제약회사만 다른 「쌍둥이」약품이 탄생했고 두회사는티격태격 분쟁중이다.동성제약은 보령제약에 무임승차한다고 야단이고 보령제약은 『원래 물건너 온 상표인데 누구를 탓하느냐』며 반박하고 있다.정로환은 노일전쟁 때 일본측이 물 을 갈아마시고배탈.설사가 잦은 일본병사들을 위해 크레오소트라는 식물 추출물로 만들어 보급한 약품인데 일본에서는 당시 러시아를 정벌하는 둥근 약이란 뜻의 세이로겐(征露丸)이라 불렀다.현재 일본에서는정로환 원조격인 다이코(大幸)제약 등 10개사의 50개 품목이「征露丸」 또는 「正露丸」이란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허청에 보령정로환에 앞서 「일동정로환」「광동정로환」등 9개가 이미 상표등록돼있다.「정로환이란 이름은 독점할 수 없는 보통명사」라는 대법원 판례(77년)도 있다.
그러나 동성제약측은 『72년부터 지금까지 2백여억원의 광고비를 쏟아부어 효자상품으로 키워놨는데 시장 개척에 1원 한푼도 안들이고 나눠먹자니 경제도의상 무임승차도 이런 경우는 없다』고말한다. 이에 대해 보령제약측은 『무슨 소리냐.자기네도 마케팅을 쉽게 하려 독자상표 개발 대신 일제때부터 이미 잘 알려진 일반명을 써놓고 남은 못쓰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맞서고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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