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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통예술기행>1.세계서 가장 오래된 저금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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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4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려 인간이 머리를 짜낸 지혜의 소산물인저금통.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이래 인류와 함께 해온 각종 저금통은 당대의 시대상과 미의식이 배어있는 소중한 유산이다.로마시대의 여자 젖가슴형태,18세기 로코코 양식,20 세기초 아르데코 양식의 저금통등 동서고금의 진귀한 저금통 8백여점이 최근 국내에 반입됐다.명지전문대 백성현(白聖鉉.45.미술사학)교수가지난 20여년간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수집,최근 상업은행(은행장 정지태)이 영구소장하게 된 이 저금통들은 「돼지저금통」만을연상하는 일반의 인식을 가위 뒤집을 만큼 다양한 멋을 뽐내고 있다.사치와 낭비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은 요즘 다시한번 근검의 정신을 되새기며 세계적으로 진귀한 저금통들의 예술세계를 음미해보자.상업은행 협찬.
[편집자註] 초기 저금통의 형태는 예술적인 장식성보다 정신적인 정성이 담긴 원시적 형태를 띤 것이 많다.
오늘날과 같은 저금통은 화폐 출현 이후부터다.고대인들은 재앙을 피하기 위해 가장 고귀하고 성스런 물건들을 신에게 바쳤다.
이러한 행위는 돈의 여러 용도중 하나였으며 종교적인 기능이 돈의 탄생에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금속형 돈은 기원전 7세기께 고대 그리스시대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 시기에 저금통도 함께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발견된 가장 오래된 저금통은 그보다 훨씬 뒤인 기원전 3세기께 그리스성전 유적지에서 발굴된 토기제 저금통(사진1). 성전 모양의 이 저금통은 중앙상단에 동전을 넣는 구멍이 뚫려 있으며 현재 독일 베를린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초기의 저금통은 각 가정에서 일정기간 돈을 모은 뒤 다 차면성전에 가져가 신에게 바치는 용도로 쓰였던 것이다.
저금통은 이렇듯 인간이 불확실한 앞날에 대해 신의 보호를 바라는 마음에서 유래됐다.
미래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신을 향해 던지는 인간의 숭고한 정신적 메시지를 담은 매개물이었다.
이러한 저금통이 실제로 일상생활속에까지 파고든 시기는 대략 1~3세기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로 알려져 있다.이 시대에 제작된 저금통은 이탈리아의 폼페이와 당시 로마의 지배아래 있던 프랑스의 일부지역에서 이따금 발굴될 뿐이어서 세계적 으로 매우 희소하다.
로마시대 저금통의 특징은 대부분 여성의 젖가슴이나 볼록한 곡선으로 이뤄진 토기제품이라는 점.2천여년이 지난 현재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유사한 모양의 저금통이 계속 제작되고 있음은흥미로운 일이다.
고대로마 저금통 1점(사진2)이 상업은행 소장품에 포함돼 있는데 동양권에선 유일한 로마시대 제품.
특히 여성의 젖가슴과 움집 모양을 조합한 특이한 형태여서 고대로마 저금통중에서도 매우 진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로마시대 이후 18세기까지 종교적인 영향이 강했던 유럽에서는거의 교회 헌금용 저금통이 대종을 이뤘으며,18세기 이후부터 저축용도와 겸해 예술작품으로서의 저금통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모양도 시대의 미의식이 반영돼 다양한 형태로 제작됐다. 따라서 시대를 초월하며 인간에게 감흥을 주는 저금통의 명품들은 18~20세기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 시기의 명품 저금통이 만들어진 나라로는 서양에서 독일.영국.프랑스.미국.오스트리아.러시아.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등이며,동양에선 중국.인도.한국.일본등이다.
소재면에서 금.은.동제는 오스트리아,철제는 영국,도자기로는 프랑스,목제저금통은 프랑스와 한국에서 주로 명품들이 만들어졌다. 그리스.로마시대 이래 가장 부강했던 나라에서 진귀한 저금통이 주로 발견된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업은행 소장 저금통중에는 고대 로마시대의 토기저금통,세계적인 희귀품으로 1890년께의 정교한 별장모양의 구리 저금통을 비롯해 18세기 로코코양식,19세기말 나폴레옹 3세 스타일,18~19세기초의 화려한 아르누보양식,20세기 전반 기의 장식성이 뛰어난 아르데코양식등 각 시대 명품들이 포함돼 있다.. 백성현〈명지전문대 교수.미술사학〉 ◇다음회는 「장식 디자인이일품인 저금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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