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리포트>올림픽정신 애틀랜타서 滿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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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9세기말,프랑스의 무명교육자 쿠베르탱 남작이 꿈꾸었던 스포츠의 세계화가 20세기말 애틀랜타에서 현실화했다.그가 근대올림픽을 부활시킨지 1세기만의 일이다.1백97개 국제올림픽위원회(IOC)회원국 모두가 애틀랜타올림픽에 참가해 스포 츠의 세계통합에 성공한 것이다.인류가 올림픽 1백주년을 성대히 축하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다.1회 아테네올림픽에 불과 13개국이 참가한 것을 생각하면,애틀랜타올림픽은 명실상부한 인류의 축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올림픽 1백년의 역사가 유전격변을 겪으면서 발전해왔고,애틀랜타의 승리는 쿠베르탱의 몫이라고도 말할 수있겠다. 올림픽정신은 IOC헌장에 잘 담겨져 있다.신체와 도덕의 자질을 발전시키는데 스포츠의 기초가 있고,상호이해와 우애의정신으로 세계의 젊은이를 교육하여 가장 좋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것이다.이 정신은 민주주의와 평화구 축을 겨냥한 정치.경제체제의 세계화 목적과 일치한다.인류가 자유와 번영 그리고 평화를 공유한다는,냉전붕괴이후 새질서의 가치관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애틀랜타에 체제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이라크.쿠바.북한까지도 참가한 것은 이번 올림 픽의 성공을 확인해준다. 쿠베르탱은 올림픽정신의 철학적 기초에 관해 『올림픽주의는 무엇보다도 종교』라고 설명했다.그는 「종교」의 내용을 이렇게 규정했다.『나는 올림픽주의를 국제주의와 민주주의의 확대.
변화.종교화를 통한 새로운 원칙의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의 유서가 남긴 철학이지만,그의 최종목표는 스포츠와 민주주의 세계화에 있었던 것이다.애틀랜타올림픽이 스포츠의 세계화를완결한 인류의 일대 축제라는 해석이 그래서 가능하다.
올림픽 개막행사를 보면 「세계합중국」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모든 인류가 한지붕 밑에서 화합과 우애와 이해의 춤을 추고,한마당 큰 잔치를 벌인다.
1백97개국 선수들이 IOC와 주최국의 지시에 따라 질서있게선두다툼을 펼친다.IOC는 스포츠의 「세계합중국」정부와도 같다.인류를 한마당에 모아 이념.종교.인종.경제등의 모든 갈등을 해소하며 형제같이 우애를 나누게■한다.
그러나 스포츠의 세계화와는 달리 정치.경제체제의 세계화는 아직 거북이 걸음이다.1백97개 나라들의 정치.경제.사회체제가 너무 이질적이다.구미선진국이 선두에 있지만 추격중인 중진권,동구등의 신생민주권,군사독재국들,중동의 군주국과 공 산권인 중국.쿠바.북한등 가지각색이다.지구촌의 국가군을 남북으로 가르기도한다.「북」의 선진국권과 「남」의 빈국권이 동서진영 붕괴 후 새로운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냉전체제 붕괴 후 선진권의 체제인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세계차원의 확산이 바로 세계화다.세계화란 「남」의 입장에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한 경주와 같다.
그런데 이 경주는 마라톤이며,「남」의 국가군중 어느 나라가 먼저 종착점에 도착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구미와 일본이 이미선착했고,아시아의 용들과 남미의 브라질등이 2위그룹이다.동구등민주화과정의 구공산권이 3위그룹이며 나머지 아 시아.아프리카 빈국들이 꼴찌그룹을 형성한다.냉전붕괴 후 6년이 지난 오늘 세계화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회교원리주의의 반격이 심화되고 쿠바.북한등 구체제 고수파도 있다.
세계화 구상을 처음 창출한 사람이 루스벨트와 처칠이란 사실은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이들은 2차대전의 포성이 요란했던 41년 8월14일,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가치관의 세계화에 합의했던 것이다.무력에 의한 영토확장 금지,한 나라의 운 명을 국민이 결정하는 권리,무역과 원자재 획득상의 평등,경제와 사회보장의 발전,해양항해의 자유등이 중요 합의내용이었다.
그리고 모든 국가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관을 준수해야만이 합의가 보장된다는 원칙을 동시에 세웠던 것이다.이들은「세계정부」로서 유엔창설을 이때 구상했다.
구미선진국의 세계화는 스탈린의 공산주의의 역세계화에 밀려 냉전시대에 빛을 보지 못했다.베를린장벽 붕괴 후에 비로소 인류의자유.번영.평화를 기약하는 보편적 진리로 인정받아 폭풍을 일으켰던 것이다.「체제모델」의 세계화는 스포츠보다 구상단계부터 반세기나 출발이 늦은 셈이다.
IOC는 애틀랜타에서 세계화 성공의 축배를 들지만 유엔이 축하주를 마실 날은 아직 멀었다.6년 전 냉전종식의 종이 울렸을때 모두가 세계화의 샴페인을 터뜨렸지만 김칫국부터 마신 격이 되었다. 우리는 지금 애틀랜타에서 스포츠선진국을 자부하지만 세계화 마라톤에서 선진권을 따라잡느냐에 문제가 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 바로 선진국 진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서방 선진7개국(G7)수준으로 체제를 민주화.복지화.인간화 하고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그럼에도 정치권이 우물안 이전투구식 권력싸움에 영일이 없으니 세계화 경주의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주섭일 본사국제문제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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