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장애인올림픽 폐막(17일)을 끝으로 중국의 100년 올림픽 꿈은 이제 신화에서 역사로 자리를 매긴다. 19세기 ‘아시아의 병자’로 조롱을 받던 중국을 다시 일어서게 만든 중국의 두 지도자,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은 무슨 생각을 하며 이번 올림픽을 지켜봤을까. 마오가 묻고 덩이 답하는 형식으로 가상 대담을 꾸며봤다.
마오=나는 올림픽이 서구 자본주의 세력의 부패한 돈잔치라고 비판했는데, 내가 세운 새 중국에서 올림픽이 열린 게 믿기지 않아.
덩=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개·폐막식에 90여 개 국가의 지도자가 참석했습니다. 자부심을 느낄 만합니다.
마오=6월 5일엔 후난(湖南)성 사오산(韶山)의 내 고향 마을에 성화가 다녀갔어.
덩=지난달 3일엔 지진 피해 와중에도 쓰촨(四川)성 광안(廣安)의 제 고향 옛집에도 들렀습니다.
마오=인민들은 이번 올림픽이 자네가 주도한 개혁·개방 30년의 성과라고 칭송하더군.
덩=주석님께서 새 중국을 세우지 않았다면 지금의 중국이 가능했겠습니까.
마오=자네가 개혁·개방을 선언하면서 나에게 과오도 있지만 공로가 더 크다고 균형감 있게 과거사를 재평가해줬지. 그 덕분에 천안문에 지금도 내 초상화가 걸려 있네.
덩=뿌리 없는 나무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물을 마시는 자는 우물을 판 이에게 감사하는 게 사람된 도리죠.
마오=문화대혁명 와중에 저우언라이(周恩來)의 건의로 자네를 복권시킨 것을 후회하지 않네.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스러우면 쓰지 말라는 성현의 말씀이 틀린 게 없어.
덩=끝까지 저를 믿고 기회를 주신 덕분에 개혁·개방의 물꼬를 틀 수 있었습니다.
마오=혁명보다 개혁이 더 어렵다는데, 자네가 뚝심 있게 잘 추진해줬네.
덩=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중국이 가는 큰 방향은 맞다고 지금도 확신합니다.
마오=내가 대약진운동을 추진하면서 15년 안에 영국을 따라잡겠다고 했지만 실패했지. 그런데 자네가 개혁·개방을 한 지 27년 만에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네.
덩=‘과학기술이 곧 생산력’이라는 당과 정부의 지도방침을 인민들이 착실히 따라준 결과입니다. 독일·일본·미국도 시간 문제입니다.
마오=그런데 말이야. 자네가 제기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에서 수정주의 냄새가 풍기는 걸 부인할 수 없네.
덩=주석님께서 주도하신 사회주의 혁명도 절대다수인 농민을 끌어들여 성공했습니다. 노동자 중심의 레닌식 극좌 노선으로는 힘들었을 겁니다.
마오=그래도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자본주의와 다른 게 뭔가.
덩=사회주의에도 시장은 있고, 자본주의에도 계획은 있습니다.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과학입니다. 이데올로기의 시대는 갔습니다. 백성은 자고로 먹는 게 제일(民以食爲天)입니다.
마오=자네는 여전히 흑묘백묘(黑猫白猫)론을 신줏단지처럼 받드는군. 자네가 주창한 선부론(先富論)이 배고픈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지만 배 아픈 문제를 키웠어. 이를 과소평가하면 큰일 날 수 있다네.
덩=후배들이 삼농(三農:농촌·농업·농민)정책과 지역·계층 간 격차 해소 정책을 착착 추진 중입니다.
마오=돌이켜 보면 후계자를 뽑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나는 린뱌오(林豹)·왕훙원(王洪文)·화궈펑(華國鋒)까지 세 번이나 실패했어. 자네는 사람 보는 안목이 나보다 한 수 위 같아.(웃음)
덩=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이나 후진타오(胡錦濤)의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론’은 중국의 변화된 현실을 반영한 정책입니다.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이웃 나라를 보면서 절감합니다.
마오=자네와 내가 목숨 걸고 국공(國共)내전과 대장정(大長征)을 치른 것은 혁명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어. 결국은 우리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서야.
덩=맞습니다. 올림픽의 여세를 몰아 사회주의 현대화 대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면 건국 100주년을 맞는 2049년 기필코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이 실현될 것입니다.
장세정 베이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