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전화료 문제 '철저한 경쟁'으로 풀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최근 신도시등에 대한 정보통신부.한국통신의 졸속한 전화요금 인상방침과 또 여론의 반발에 밀린 철회는 여러모로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전화사업 정책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줬다.
우리나라 시내전화 요금은 3분당 40원씩 일률적으로 올라간다.사업상 또는 컴퓨터통신을 위해 전화를 많이 쓰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불리하게 돼 있다.인터네트를 1시간 사용하면 전화요금만으로 8백원을 내야 하고 재택근무를 하면 한 달에 10만원 이상 내야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재택근무는커녕 외국과 같이 상품을 구매하기 전 여러 군데 전화를 하는 습관이 정착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전화요금의 영향도 크다.소형차를 몰고 한 시간돌아다니는 휘발유값과 전화를 한 시 간 쓴 값이 비슷한데 어떻게 자동차수가 줄며 사회의 효율화가 이루어지겠는가.
필자는 다음의 두 가지 개편원칙을 제시한다.우선 전화의 소비촉진정책을 써야 한다.교환기나 광통신망의 공급비용이 기술 진보로 급격히 싸지고 있어 가격할인과 새로운 서비스에 의한 수요확대만이 소비자를 만족시키면서 한국통신을 발전시키는 길이기 때문이다.다음으로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금부과 방식이 마련돼야 한다.전화사용이 적은 사람은 현재의 종량제방식을선호할 것이고 사용이 많은 사람은 되도록 정액제를 원할 것이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시내전화 요금의 경우 첫 3분간은 기본요금을 부과하고 다음부터 10분마다 올라가게 하는 방식을 생각할 수 있다.또 원하는 가입자에겐 한달에 더 비싼 기본료를 물게 하는 대신 시내전화를 무료로 쓰게 하는 것도 하 나의 방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철저한 경쟁체제 도입이 시급하다.경쟁체제가 시작됐다고 하는 시외전화사업의 경우 정부가 생각하는 경쟁이 얼마나 안이한가를 잘 보여준다.데이콤 전화를 쓰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082」를 더 눌러야 하며 한국통신과의 가 격차는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따라서 두 회사 모두 정보통신부만 쳐다보든지 내용도 없는 광고에 돈을 쓰는 수밖에 없다.
미국은 80년대 중반 자유화를 단행하면서 모든 전화가입자들이AT&T.스프린트.MCI등 3개 회사 중에서 하나를 주(主)장거리회사로 선택하게 했다.우리도 데이콤 전화를 쓰려는 가입자들은 기존의 지역번호만 눌러도 자동으로 시외전화가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국제전화도 마찬가지다.각 회사는 다양한 시장을 분화해그에 맞는 요금체계와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기업시장을 중시여기는 전화회사에 의해 전화요금의 회선당 상한제 같은것이 도입될 수 있고,다른 회사 에 의해 효도전화-지방에 있는부모에게 저녁에 거는 전화값을 대폭 싸게 해주는 것-서비스 같은 것이 채택될 수도 있다.
成元鎔 서울대.전기공학부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